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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난민이 두려운 게 비정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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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2 08:29:15 수정 : 2018-07-15 10: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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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부분과 전체②] 난민 둘러싼 양가감정, 어떻게 봐야 하나
#최근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바라보는 A씨는 혼란스럽다. 무슬림 난민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 이유를 몰라서다. 인터넷 커뮤니티, 기사 댓글 등에서 “아랍인들은 강간을 놀이처럼 즐기는 ‘타하루시’ 문화가 있다” 등 이슬람 문화권을 경계해야한다는 주장을 볼 때만 해도 두려운 감정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상의 ‘이슬람 루머’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언론의 팩트체크 기사를 읽었다. 오해가 풀렸으면 두려움도 사라져야 하는데, 마음속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여전히 자리했다. A씨는 ‘혹시 내 사고방식이 너무 편협한 건 아닐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지난 5월 제주에 온 예멘인들이 공항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루머 해결됐다고 공포 사라지지 않아…두려움은 정상”

전문가들은 A씨의 고민이 이상할 것 없다며 공감을 보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초 예멘 난민, 무슬림에 대한 공포는 괴담에서 비롯됐다기보단 원래 가졌던 공포심이 괴담으로 확대 재생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고작 루머 해명으로 공포심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일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인간은 부분적 경험을 모아 사안에 대한 태도를 정한다. 이번 난민 사태로 촉발된 두려움의 근원은 수년, 수십년간 누적된 이슬람 관련 조각들이 복잡하게 짜 맞춰진 것”이라며 “그동안 대중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여성을 차별하는 이슬람 문화 등을 다룬 보도를 접했다. 이 와중에 올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중 90% 이상이 젊은 남성이며 어린아이는 찾아볼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과연 이런 난민 구성이 일반적인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 난민 수용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무슬림 난민에 대한 두려움을 잘못된 감정으로 치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뜻이다.

나은영 서강대 교수(지식융합미디어학부 학장)는 수차례의 팩트체크에도 해소되지 않는 무슬림 공포의 기저에 한국 사회의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反)이슬람 정서의 가장 기본적인 층위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홉스테드에 따르면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큰 문화권일수록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사회심리학자인 기어트 홉스테드가 다국적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문화적 차이 분석’에서 한국의 불확실성 회피지수는 전 세계 66개국 평균인 65.1점보다 20점가량 높은 85점을 기록했다.

나 교수는 한국 사회에 이슬람 정보가 유입되는 경로 또한 무슬림 공포를 형성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한국 내 무슬림 정보는 직접적이라기보단 서방 세계, 특히 미국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일상화된 공포’가 자리 잡았다. 이같은 프레임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한국에서도 같은 정서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 반대 시위대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의 설명을 들은 A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거리가 남았다. 국민여론조사나 온라인상으론 난민 수용 찬성보다는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제주 예멘 난민 관련 기사, 칼럼 등은 모두 “난민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자” “일부 사례로 난민 전체를 매도하지 말자”는 주장뿐이다. 동시에 일찍이 난민 문제로 이미 골머리를 앓은 유럽에서는 최근 난민 수용 정책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공감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된다.

◆“무슬림 공포 배제한 난민 수용 주장은 오히려 역효과”

전문가들은 A씨의 복잡한 심경이 “공포를 고려하지 않은 인도적 입장을 접하며 생긴 역효과의 산물”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무슬림 난민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태도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그 본질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두려움이 앞선 시민들에게 난민 수용을 ‘절대선(善)’으로 규정하는 보도는 마치 사회가 몰지각한 국민을 계도하겠다고 나서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거부감부터 생긴다. 이런 접근 방식이 과연 효과를 발휘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나 교수도 “‘낯섦’의 공포가 팽배한 상황에서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은 강요처럼 느껴져 반발감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을 배제한 채 ‘인간으로서 마땅한 도리’ 등 인륜적 가치만을 내세우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지은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난민 수용을 주장하는 것 또한 수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난민 관련 재판에 필요한 이주민 언어 통역가 양성 과정을 설계했지만 국가적 지원이 부족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한국에 가짜 난민이 많이 섞여 있다는 게 팩트라면 팩트다. 그래서 정작 ‘진짜 난민’은 소외되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라며 “정말 보호가 필요한 난민에게 한국어를 배우라고 강요하기 전에 자기 뜻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전문적인 통역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이집트 난민이 앞선 난민심사에서 아마추어 통역사의 오류로 난민불인정 통지를 받자 법무부 상대로 소송을 벌여 처분 취소 결정을 받은 사건은 준비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이다.
◆“두려움 인정하되 열린 마음 유지해야”

전문가들은 무슬림 난민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두려움을 이해하면서도 문화적 다양성에는 항상 열려 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교수는 “한국 내 순혈주의가 다른 민족 문화 집단에 마음을 열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라며 “이번 난민 사태는 이슬람 문화권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하나의 학습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슬림 난민에 대해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지금의 논란을 다문화사회로 가는 과도기로 생각하고 차분하게 지켜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무슬림 난민에 대한 두려움이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차별적 편견으로 고착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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