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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프리카 선긋기와 美·中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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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1 23:40:13 수정 : 2018-07-11 23: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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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 합의로 阿 분할 ‘비극’ … 한반도선 재현 안돼 아프리카 지도를 한 번 펼쳐보자. 한 가지 특이한 부분이 있다. 국경선이다. 마치 도시계획 구역을 연상시키듯 직선에 가깝다. 다른 대륙 국경선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단순하다. 이는 하천과 산맥, 종족이나 인종 분포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경계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1884년 ‘베를린 회의’는 아프리카의 유럽 식민지 시대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당시 아프리카 콩고강 유역을 놓고 유럽 국가들이 갈등을 빚자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 주재로 영국, 프랑스, 미국, 벨기에, 터키, 덴마크, 스페인 등 제국주의 국가들이 참석해 아프리카 분할 원칙에 합의했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당연히 열강의 편의에 따라 제멋대로 선 긋기가 이뤄졌다. 한 부족이 몇 개 국경선에 걸쳐 있거나, 한 경계 안에 여러 부족이 뒤섞였다. 이는 아프리카 민족분쟁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 여전히 끊이지 않는 내전에 수천, 수만의 사람이 학살당하는 ‘비극의 땅’ 아프리카가 됐다.

이처럼 인류역사에서 강대국의 전략적 이익에 약소국의 미래가 희생된 사례는 많다. 국제정치가 법과 규범이 아닌 ‘힘’에 의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광복, 분단, 6·25전쟁, 정전에 이르기까지 외세에 의해 좌우된 우리의 근·현대사가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배후론’ 제기가 우려스럽다. 전방위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미·중 갈등 구도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처음으로 중국 배후론을 들고나왔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인 지난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다롄 방문 후 북한의 돌연한 태도 변화의 원인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배후론을 제기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또다시 중국 배후론을 제기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은 중국 무역에 대한 우리의 태도 때문에 북한에 부정적 압력을 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난 지 거의 한 달여 만에 후속 협상을 위해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빈손 귀환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미국은 ‘포스트 싱가포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중국이 북한의 배후에서 협상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중국을 등에 업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북한과 북한을 고리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압박을 가하려는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카드로 중국 압박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 확보를 위해 양안(중국과 대만) 통일을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베를린 회의 결과 유럽 열강은 대서양 연안에서 인도양 연안에 걸친 광대한 지역의 식민지 분할 원칙에 합의했다. 아프리카의 현실이 고려된 것이 아니다. 열강의 힘과 편의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세계 패권을 놓고 미·중 갈등이 계속된다면 G2(주요 2개국)는 대치 중인 여러 전선에서 적당한 선 긋기에 합의할 수도 있다.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멈추는 선에서 미국이 타협하거나 ‘핵이 없는 북한’의 친미 외교보다 ‘핵 있는 북한’의 반미를 중국이 용인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G2의 패권 다툼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비핵화 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비극의 아프리카’와 ‘비극의 한반도’는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걱정스럽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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