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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노끈·철사' 선거 현수막 찌꺼기가 '덕지덕지'..'상처 난 가로수는 죽어간다'

입력 : 2018-07-01 13:30:00 수정 : 2018-07-01 13: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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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에 당선·감사 선거 현수막 '눈살' / 설치 과정에서 노끈과 철사 사용 / 현수막만 제거…노끈·철사 찌꺼기는 그대로 남아 ‘흉물로 방치’ / 붙이는 사람 따로, 떼는 사람 따로 / 현수막 걸린 가로수마다 물리적 충격을 받아 / 깊게 상처 난 가로수가 수두룩 / 상처 난 가로수는 생육은 나빠져 / 결국, 고사하면서 세금을 들여 다시 심어야 하는 악순환 / 노끈에는 검은 때가 잔뜩

한 가로수에 선거 현수막은 제거된 채 묶었던 노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선거 전 경쟁적으로 설치한 현수막이 선거 후에는 그대로 방치돼 도심 흉물로 전락했다.

“선거 현수막, 그만 보고 싶네요. 지긋지긋합니다. 짜증도 납니다. 눈에 띄는 곳마다 선거 현수막이 있어서 막말로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아요. 다음 선거를 미리 준비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참 이해가 안 됩니다.”

삭막한 도시에서 힐링을 선사하는 가로수가 현수막에 사용된 노끈과 철사로 죽어가고 있다.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곳곳을 다니며 살펴보았다. 큰 교차로마다 당선, 낙선사례 후보들의 각종 선거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26일까지 당선, 낙선사례 현수막을 정당 또는 본인 명의로 해당 선거구 내 읍·면·동마다 한 개씩 설치할 수 있었다.
한 전봇대에 선거 현수막은 제거된 채 묶었던 노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선거 전 경쟁적으로 설치한 현수막이 선거 후에는 그대로 방치돼 도심 흉물로 전락했다.

선거철만 되면 현수막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가로등이나 가로수 높은 곳에 설치된 선거 현수막은 이미지 효과를 극대화 노려 야광 색 사용해 눈에 피로 및 시선 분산을 시켜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고 교통사고 위험까지 주고 있다. 이번 선거부터 선거구 내 읍·면·동 한 개씩으로 제한됐던 후보 현수막이 법 개정으로 두 개로 늘어 전국에 무려 13만 개에 달한다. 선거 전 경쟁적으로 설치한 현수막이 선거 후에는 그대로 방치돼 도심 흉물로 전락했다.

공직선거법상 이를 내걸었던 후보자 측이 철거해야 하지만,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관할 구청이 직접 제거하고 있다. 설치한 후보자 측이 선거 후 지체 없이 제거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법의 허술한 틈을 타 방치됐다.

현수막을 제거하는 비용도 지방 예. 빗발치는 민원에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을 동원해 철거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선거 때만 되면 항의성 민원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구청에서 나가서 이를 철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 전봇대에 선거 현수막은 제거된 채 묶었던 노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선거 전 경쟁적으로 설치한 현수막이 선거 후에는 그대로 방치돼 도심 흉물로 전락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롯가에서 꽁꽁 묶인 노끈을 풀고 끊고 너비만 10m가 넘는 현수막을 떼어 내 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짧은 시간 내에 신속하게 제거하기도 쉽지 않다. 높은 위치에 묶여 있는 노끈과 철사는 더욱 제거하기도 힘들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걸린 현수막은 칼이 톱 같은 날카로운 특수장비로 신속하게 끊어내야 한다. 이 과정도 위험하지만, 보행자를 위로 현수막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가로수를 상태를 살펴보니 심각했다. 문제는 설치 과정에서 노끈이나 철사를 사용했다는 것. 가로수에는 현수막만 제거된 상태에서 그 흔적은 노끈과 철사는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오래전부터 방치된 노끈과 6·13지방선거 현수막이 노끈이 뒤섞여 방치돼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페이고 상처 난 가로수가 수두룩. 깊게 상처 난 가로수는 생육은 나빠지게 된다. 보기만 해도 흉측한 상처에 미관도 해치게 된다. 결국 고사하면서 가로수 기능도 못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세금을 들여 다시 심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회사원 김모(43·남)씨는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라며 “홍보도 좋고, 후보자를 알려야 하지만, 설치했으면 깨끗하게 제거를 하는 것도 후보자의 도리다. 선거 끝났다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이 후보자의 진심인지 의문이 든다”고 이해 못 하는 표정을 지었다.

환경미화원 김 모씨 “가로수 상처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매일 보는 가로수에 상처가 늘어 갈 때마다 안타깝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교차로 가로수에 촘촘히 매달린 6·13지방선거 현수막. 이번 선거부터 선거구 내 읍·면·동 한 개씩으로 제한됐던 후보 현수막이 법 개정으로 두 개로 늘어 전국에 무려 13만 개에 달한다.

제때 제거하지 않고 오래 내버려 두면 노끈·철사 등이 가로수 살에 파고들어 죽을 수 있다는 것.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현수막 늘면서 노끈이나 철사 등 각종 사용된 도구도 배로 늘어났다. 사용된 도구 노끈과 철사는 가로수에 묶어 둔 채 그대로 내버려 둬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허술한 법. 현행 공직선거법 제276조에는 "선거운동을 위해 선전물이나 시설물을 첩부·게시 또는 설치한 자는 선거일 후 지체 없이 이를 철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후보자가 없다.

지자체가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지자체는 속앓이하고 있다. 현수막을 내건 후보와 단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행정 절차가 복잡한 데다 규정 자체가 모호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빗발치는 항의성 민원에 지자체에서 예산을 들여 제거할 수 밖에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후보자 측에서 철거하는 것이 맞다."라면서 "이번 선거부터 현수막이 늘어나 철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인원이 한계가 있고 항의성 민원이 늘어나 최대한 제거에 노력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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