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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우산비닐커버 영원히 안녕~'.."빗물을 2초만 털고 닦으면 충분"

입력 : 2018-06-30 07:00:00 수정 : 2018-06-29 23: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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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공기관, 빗물제거기로 대체 / 우산 비닐, 썩는 데 최소 100년 / 지하철에서 사용된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 520만장 / 방수 코팅된 우산, 한두 번만 털어도 빗물 충분히 제거 / 우산 구매 시 제공되는 커버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  시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 / 작은 불편을 감수해야 / 적극적인 홍보

서울시청 정문에 마련된 우산 빗물 제거기. 서울시는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5월 1일부터 청사나 지하철역 등에 우산비닐커버 대신 우산 빗물 제거를 설치했다 상가 앞 비닐 수거함에 비닐 우산 커버가 수북하게 쌓였다. (오른쪽)

28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정문. 이날 오후부터 대기 불안정으로 갑작스레 장대비에 시민들이 비를 피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장대비를 피해 일부 시민들은 시청을 찾았다. 미리 우산을 준비한 시민들은 우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빗물제거기에 닦거나 그러지 못한 시민들은 젖은 옷을 손으로 털고 있었다. 우산 비닐을 찾는 시민도 있었다. 시청 내를 들어가 보았다. 갑자기 많은 내린 비에도 서울시청 내 바닥은 군데군데 물기만 보일 뿐 대체로 깨끗했다.

상황은 서울 역사박물관도 비슷했다. 장대비가 내리자마자 빗물제거기를 설치했다. 역사박물관 내는 물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비를 피해 박물관을 찾은 시민들도 빗물제거기를 사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역사 출입구에서 비를 비하고 있는 가정주부 김모 씨는 “조금만 신경 쓰면 좋은 달라지는 것이 많다”며 “편리한 것도 중요하겠지만 앞으로는 환경이 중심이 된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부지방에 소나기가 내린 28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 정문. 외국인들이 처음 본 빗물 제거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더니 금세 우산을 밀어 넣고 빗물을 닦아냈다.
중부지방에 소나기가 내린 28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 정문. 시민들이 빗물 제거기를 살펴보고 있다.

박물관은 찾은 외국인들은 처음 본 빗물제거기를 신기하게 바라보더니 금세 우산을 밀어 넣고 빗물을 닦아냈다. 우산을 다시 보고 몇 차례 툭툭 털고선 다시 닦았다. 우천 시 제공하던 우산 비닐 커버가 없자 찾거나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으나 대체로 만족했다.

퇴근 시간에 만난 직장인 강모(40·남)씨 “비닐 커버가 생각보다 불편하다. 커피점이나 백화점 등 많은 사람이 찾는 곳마다 비닐 커버가 쌓이는 것을 쉽게 보는데, 그렇다고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계속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서울시청 인근 상가 앞 우산 비닐통을 살펴보았다. 퇴근 시간 맞춰 건물에서 나오는 이들이 벗겨낸 비닐로 수거함은 점점 쌓여갔다. 10~20분 만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수거함에는 물 반 비닐 반. 수거함에는 한 뼘 정도로 빗물로 차 있었다. 벗겨낸 비닐도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비바람에 비닐은 청계천까지 날아가 물 위로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중부지방에 소나기가 내린 28일 오후 한 상가 앞 비닐 수거함에 우산 비닐 커버가 널브러져 있다.

상가 내부를 들어가 보았다. 엘리베이터 앞이나 계단까지는 물길이 나 있었다. 뾰족한 우산 끝이 비닐을 쉽게 뚫다 보니 그 부분으로 빗물이 흘러내려 바닥이 흥건해진 것이다. 바닥에 고인 빗물은 잘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발을 내디딜 때마다 주변으로 튀기 일쑤였다.

지난 4월 서울시는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고자 5월 1일부터 모든 공공청사와 지하철역에서 우산 비닐 커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활용 업체가 공동주택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면서 발생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벌어진 데 따른 조치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사용된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는 520만장에 달했다.
중부지방에 소나기가 내린 28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 정문. 시민들이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고 있다.

시가 자체 집계한 결과 지난해 한 해 동안 서울시청 본청, 사업소, 자치구 등에서 사용한 우산 비닐 커버는 30만장에 달했다. 우산 비닐 커버의 원료는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으로 매립하면 썩는 데 최소 100년이 걸린다. 또 비닐 커버는 물기에 젖어 재활용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땅에 묻거나 태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지난해 9월부터 시청 출입구에 우산 빗물 제거기 10대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를 서울시 산하 모든 기관으로 확대했다.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공서에 빗물제거기를 설치했지만, 사용 방법과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관공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그냥 지나치거나 빗물을 털고 들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8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에 마련된 우산 빗물 제거기. 서울시는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5월 1일부터 청사나 지하철역 등에 우산 비닐 커버 대신 우산 빗물 제거를 설치했다.

일반 우산의 경우 비를 막는 방수 코팅이 되어 있어 한 두 번만 털어도 빗물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 우산을 구매 시 함께 제공되는 우산 커버를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우산 커버를 사용하는 시민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직장인 김모(39)씨는 “가는 곳 마다 당연히 제공된다는 생각에 우산 커버를 잊고 지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에서 출발했다. 비닐 사용을 줄이는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사소한 지적들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다양한 정책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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