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행거리 조작은 '옵션'…중고차 믿고 살 수 있나요?

주행거리 꼼꼼히 확인해보고 중고차 구입해야 낭패 안 당해
충남지방경찰청 주행거리 조작 중고차 매매상 등 65명 적발 2명 구속
계속되는 단속에도 중고차매매상 딜러들 주행거리 조작 여전

주행거리를 조작해 중고차 값을 속이는 중고차 매매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지방경찰청(청장 이재열) 광역수사대는 중고차 주행거리를 조작한 중고차 수출업자, 중고차 매매상, 조작 기술자 등 65명을 자동차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해 이중 2명을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최근 자동차에 장착되는 디지털 주행거리계. 세계일보 자료사진

조작 기술자 A씨(53) 등 2명은 지난 5월경 인천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2006년식 SM5 차량 주행거리를 23만km에서 6만7천km로 조작하는 등 117대를 조작했다. 중고차 수출업자 B씨(33 리비아 국적) 등 5명은 이를 리비아 등 외국으로 수출했다.

조작 기술자 C씨(48)는 2015년 11월경 중고차 매매상의 의뢰를 받아 25만원을 받고 2014년식 산타페 주행거리를 11만km에서 1000km로 조작해주는 등 2013년부터 4년간 240대를 조작했다. 주행거리를 조작한 중고차 매매상들은 시세보다 10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비싼 가격에 중고차를 판매했다.

피의자들은 주행거리가 짧은 한국산 중고차가 외국에서 인기가 많고, 국내에서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점을 노려 주행거리를 조작했다.

앞선 2016년 11월 10일 대구 수성경찰서는 주행거리를 조작해 중고차를 판매한 혐의(자동차 관리법 위반 등)로 주행거리 조작 기술자와 중고차 매매업자 등 16명을 적발해 사법처리했다. 이들 역시 중고차의 주행거리를 실제보다 덜 달린 것처럼 조작한 뒤 통상 매매가보다 부풀려 중고차를 판매했다. 전주덕진경찰서에서도 2016년 5월 100여 대의 자동차 계기판 주행거리를 조작해 준 기술자와 중고차 매매상들이 적발돼 사법처리됐다.

같은해 1월 서울 송파경찰서도 자동차 주행거리를 조작해준 업자와 조작을 의뢰한 렌터카 업주, 중고차 매매상 등 103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같은해 5월 는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무허가 정비업자 3명과 중고차 딜러 10명 등 모두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2012년 11월에는 서울 강남구, 강서구, 동대문구 장안평 등의 중고차 매매단지 대표와 소속딜러등 71명이 중고차를 경매로 낙찰받은 뒤 기술자에게 의뢰해 건당 1만∼30만원을 주고 주행거리를 적게는 2000㎞부터 많게는 16만㎞까지 줄여 56억 4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에 의해 사법처벌을 받았다. 이들은 주행거리를 조작한 차량을 중고차 성능검사장에 가져가 '중고자동차 성능점검 기록부'까지 발급받아 정상 차량인 것처럼 꾸몄다.

경찰의 단속에도 중고차 주행거리 조작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거리조작이 가장 손쉽게 중고차 시세를 부풀릴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조작이 되지 않던 것으로 알려졌던 수입차의 디지털 계기반까지 간단히 조작하는 장면이 전해지며 중고차 구매에도 요령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중고차의 주행거리 조작 여부를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식 정비센터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공식 정비센터에 수리를 맡기면 주행거리와 수리 내용을 기록해놓기 때문이다. 따라서 꾸준히 주행거리를 기록하며 수리한 차는 주행거리 조작이 불가능하다.

충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자동차 연식에 비해 지나치게 주행거리가 적은 차량은 주행거리 조작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중고차를 구입하기 전 반드시 차량등록증이나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 등에서 주행거리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성=김정모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