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북 포항시에서는 이달 들어 조현병 증세를 보이는 이들의 흉기 난동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 16일 오후 8시20분쯤 북구 항구동의 노상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일면식이 없는 70대 노파의 등을 흉기로 찔렀다. 지난 9일엔 40대 남성이 남구 오천읍의 한 약국에서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이들 역시 조현병 증세를 보이거나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들을 통제·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보호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12만7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발병 사실을 알리길 꺼려하는 정신질환의 특성상 실제 환자 수는 5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조현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망상과 환각, 횡설수설,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대인관계 기피, 의욕상실 등이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들 사이에선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0)씨는 “어제 바로 옆 영등포구에서 묻지마 폭행이 있었다는 기사를 읽었다”며 “피해자들이 그냥 지나가거나 근처에 있었을 뿐이었는데 끔찍한 일을 겪게된 걸 보니 남 일 같지가 않았다”고 했다.
공정식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정도의 차는 있지만 조현병은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이어 “정신질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범죄발생률 자체는 더 낮지만 범죄를 저지를 경우 살인 등 강력범죄일 가능성이 크므로 위험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태형 심리연구소장은 “조현병 환자들은 상처입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사회 약자들”이라며 “어떻게든 치료를 해주려고 해야지 범죄자로 몰아 혐오하고 배격하면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나서서 단절된 사회적 관계를 복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영·김청윤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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