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00여명의 여성이 ‘그들만의 스크린’에 데뷔하는 등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됐지만 사회는 이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굳게 닫고 있다.

일본 성인물 업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성인 여배우로 활동하는 여성이 1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매년 약 3000명이 스크린에 데뷔하여, 업계 기준 30세 이상 고령 배우의 은퇴 또는 회의감 등으로 무대를 떠나는 여배우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일의 특성상 장기간 활동이 어렵고 개인 사정 등으로 활동 중단이 빈번한 것을 보면 인력공급이 매우 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이들이 업계를 떠나 발붙일 곳은 일본 땅에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좋은 말로 배우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성을 판매한다’는 인식에 곱지 않은 시선이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일부는 출연을 계기로 가족과 관계가 단절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선은 사회가 더 엄격하여 30세 젊은 나이 은퇴한 여배우가 사회로 복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전·현직 여배우들은 입 모아 하소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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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000여명이 ‘그들만의 스크린’에 데뷔하고 있다. 여배우 중에는 대학생, 가정주부, 회사원 등 다양하다고 전해졌다. (사진=ATV 방송화면 캡처) |
여배우가 하는 일을 기사에서 설명할 수 없지만 요즘 데뷔하는 여성들은 ‘하나의 당당한 직업’, ‘연예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고 현직 여배우 유리(가명)는 설명했다.
방송에서 그는 1990년대 당시만 해도 선배 여배우들이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며 “그들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엄격한 기준에 신분 노출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예로 들었다. 유리는 고등학교 졸업 후 업계의 러브콜을 받고 첫발을 디뎠다.
그는 첫 촬영에 임하며 “일이 즐겁지 않다면 그만둘 생각이었지만 작품 속에서 나 아닌 다른 나를 찾을 수 있어 즐거웠다”며 “팬들의 사랑과 교류가 좋았다. 여배우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여배우로 활동하며 행복한 감정을 느꼈지만, 그 역시 사회의 비난은 피할 길이 없었다.
처음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했고, 소속사 대표로부터 “일을 그만둔 뒤 앞날을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
여배우가 없으면 사업을 이어갈 수 없는 프로덕션에서도 일에 대한 회의와 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2년간의 여배우 생활을 정리한 그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배우에 대한 세상의 비난은 변함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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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인 여배우는 "여름방학 용돈을 벌기 위한 여대생부터 남성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데뷔하는 여성들도 많다"며 "과거 돈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목적을 가지고 여배우가 되길 희망하는 이들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연(얘기)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진=ATV 방송화면 캡처) |
깊게 박혀버린 인식은 은퇴 후에도 계속된다.
그는 본명을 버리고 ‘유리’라는 가명으로 사회에 진출했다.
그는 비즈니스 교류회 등에서 다른 기업 경영자들에게 “대단하다”라는 말을 듣지만, 실제 협력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들은 “나는 힘들다”는 거부표현으로 여배우와 어떤 식이든 연관되길 꺼리는 모습을 보이며 입으로는 ‘재기에 성공했다‘고 칭찬하지만 말과 행동은 반대다.
이에 대해 그는 “사람들은 ‘여배우와 일한다(관련 있다)‘는 소식이 주변에 전해지는 것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나쁜 말로 ‘돈에 넘어간 더러운 여성‘이라는 인식을 바로잡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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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단하다", "재기에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이들과 함께하려 들지 않는다. (사진=ATV 방송화면 캡처) |
‘성인물 여배우’에 대한 인식은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곱지 못하다. 또 일본뿐만이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다.
이에 대해 이들은 “관심을 가지는 건 고맙고 행복한 일이지만 ‘왜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이유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편견을 앞세우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일본 다이쇼대 다나카 유키 사회학 교수는 여배우의 제2의 인생이 가로막힌 것을 두고 ‘남성 중심의 사회 논리‘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여배우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여성을 씨름판 위에 오를 수 없게 한다”며 “남성은 자유롭게 행동해도 이해받지만 ‘여성은 정숙해야 한다‘는 이중 잣대가 여성을 주부와 그것으로 나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예인들의 불륜 보도를 보면 알 수 있듯 일본은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제재와 처벌에 분명 차이가 있다.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지금 남성 논리로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 허용하지 않는다. 또 편견인 것을 알면서도 올바른 주장을 절대 입 밖에 내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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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배우의 제2의 인생이 가로막힌 것을 두고 ‘남성 중심의 사회 논리‘를 문제로 지적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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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성인 여배우 모습. 야구장에서 일상을 즐기고 있다. 일상에서 이들은 평범한 여성이다. (사진= SNS캡처) |
그의 말이 앞서 여배우가 살아가는 법을 말해주는 듯하다.
여배우도 인격 있는 사람이다. 온전히 이해하고 지지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고 차별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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