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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선변호사 보수 '슬쩍' 내린 법무부

입력 : 2018-06-21 15:22:25 수정 : 2018-06-21 15: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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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업계 불황으로 국선변호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법무부가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를 절반 수준으로 슬쩍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여성변호사회 등 일부 변호사단체는 피해자에 대하 법률지원이 악화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법무부의 ‘피해자 국선변호사 보수기준표’ 개정안에 따르면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은 기본수당 2만원을 받는 대신 수사·공판절차 참여에 따른 수당은 기존 10만원∼40만원에서 10만원∼20만원으로, 서면 제출 수당은 최대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감액된다. 또 재량적인 증감 기준을 기본 보수액의 50%로 한정하고 전화상담 보수는 없어졌다.

법무부는 이런 개정안을 담은 공문을 지난 5월10일 전국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발송했다. 공문을 보낸 10일 이후 선정되는 모든 사건부터 적용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이 받는 보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가 국선변호사들에게 보낸 공문에는 새로운 보수기준표를 적용할 경우 피해자 국선변호사에 대한 보수 지급액은 최대 240만원에서 94만원으로, 건당 보수지급액 최대 67만원에서 39만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도 명시됐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2012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됐다. 성범죄의 경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피해자를 도와 각종 상담과 고소의 대리 업무 등을 맡는다. 성범죄 피해 여성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법무부의 이번 개정표는 변호사업계 불황으로 국선변호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법무부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피해자 국선변호사 규모는 650명으로 지난 3월 603명에 비해 늘었다. 2013년부터 비전담 국선변호사로 활동한 법률사무소 세원 김영미 변호사는 “변호사 업계가 불황이다 보니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려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보수를 삭감하면서 피해자에 대하 법률지원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한국여성변호사협회도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재판이 열리면 5∼6시간 걸리는데 피해자 국선변호사들은 당사자도 아니지만 피해자를 돕기 위해 시간을 들여 출석한다”며 “공익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우리들의 노력을 평가 절하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7년째 비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 중인 서혜진 변호사도 “피해자들의 진술조사를 동석할 때는 사실상 다른 사건이나 재판출석 등 변호사 업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들은 대면상담보다 전화나 문자로 의사소통을 원하는 경우가 다수인데 이번 삭감은 피해자 지원 및 보호 정책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법무부는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법무부는 개정표를 담은 공문을 국선변호사들에게 일괄발송하면서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예상은 한정돼 보수에 지급할 예산이 부족하다고 명시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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