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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영장판사 3인, '현직 판사' 향한 檢의 칼날도 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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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8 11:46:14 수정 : 2018-06-18 1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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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임 시절과 관련해 제기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남=서상배 기자
“모든 강제수사의 성패는 결국 압수수색을 통해 얼마나 많은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바라보는 검사들의 일치된 ‘관전평’이다. 모든 사건 수사에 적용되는 원론적 언급 같지만 검사들이 유독 ‘압수수색’을 강조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검찰에 압수수색영장을 내주는 기관이 바로 법원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법원을 압수수색하려면 바로 그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점이 이번 수사와 다른 수사의 근본적 차이점이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는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검사장 윤석열)이 맡고 있다. 중앙지검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특수부, 공안부, 첨단범죄수사부 등 여러 부서 검사들로 전담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직 법관 수사는 문제 안돼… 관건은 현직 판사들"

일단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은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행정처장 겸임),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전직 법원 관계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 게 검찰 안팎의 평이다.

문제는 현직 법관들 수사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현직 법관 13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는데 이들은 당연히 수사 대상이다. 징계 절차에 넘겨지진 않았으나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몇몇 사건 상고심 재판에 관여한 현직 대법관들도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게 법원과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이 현직 법관 수사의 필요성을 들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내에 있는 대법관 집무실이나 행정처 사무실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과연 영장을 발부할 것인지를 두고 판사들 예상은 엇갈린다. 우선 김 대법원장 본인이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범죄 혐의만 소명된다면 대법관 집무실이든 행정처 사무실이든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기가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행정처가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법관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검찰이 손쉽게 영장을 받아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진상 파악을 위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행정처가 재판에 관여한다는 것은 법원 구조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법부가 그런 조직이라면 진작 사표를 썼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천인공노 시민고발단`이 지난 1월 29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4인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3명에 맡겨진 ‘사법부 명운’

서울중앙지검이 청구한 영장은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심사한 뒤 발부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중앙지법에서 압수수색 등 영장심사를 전담하는 법관은 박범석(45·사법연수원 26기), 이언학(51·〃27기), 허경호(44·〃27기) 부장판사 3명이다. 이들은 법관 정기인사가 단행된 올 2월 중앙지법 내부의 판사 사무분담 조정을 거쳐 영장전담부에 배치됐다.

일각에선 ‘법원을 수사하겠다면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당사자인 법원이 심사해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는 말이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이른바 ‘제식구 감싸기’를 우려하는 시각이다. 하지만 현행 헌법상 판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한 헌법기관으로서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의해서만’ 재판을 하게 돼 있다.

김 대법원장도 지난 15일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일체 중립을 지킬 것을 약속한다”고 약속했다. 검찰이 대법원을 압수수색하기 위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더라도 대법원장 ‘눈치’를 전혀 의식할 필요 없이 영장전담판사가 오직 법리와 원칙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대한민국 사법부의 명운이 서울중앙지법 소속 부장판사 3명에게 맡겨진 셈이 됐다.

김태훈·배민영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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