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산업부 기자 |
#3. MBC 파일럿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방송 후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정규로 편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언제나 사위는 백년손님, 며느리는 도리를 지켜야 하는 백년 일꾼’이라며 전지적 며느리 시점으로 대한민국 며느리들의 일상을 관찰한다. 방송에선 한 출연자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인사를 간 시댁에서 주방을 잠시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때 남편은 거실에서 친지들과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 장면을 보는데, 불현듯 저때 ‘나는 어떻게 했지’ 식은땀이 흘렀다. 아내는 “오빠는 그래도 음식도 옮겨주고, 설거지도 (결과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하겠다고 나서기는 했다”며 웃었다.
#4. 최근 뒤늦게 웹툰 ‘며느라기’를 다 봤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웹툰을 연재한 수신지 작가는 제목 며느라기의 뜻을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라며 ‘시댁 식구에게 예쁨 받고 칭찬 받고 싶은 시기’라고 정의했다. 작가는 ‘민사린’이라는 여성이 ‘무구영’이라는 대학동기와 결혼해 맞벌이 가정을 꾸리며 겪는 일상을 그렸다. 작품에서 민사린은 좋은 며느리, 좋은 아내가 되고자 시부모의 생신을 비롯해 결혼기념일까지 챙기며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갈수록 며느리 역할을 선택해야만 하는 압력에 시달린다. 이 과정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아내도 작가가 말하는 ‘며느라기’ 시기다. 그가 며느리 역할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늘 생각할 부분이다. 당장 부모님댁에 가면 거실 소파에 앉는 습관부터 바꿔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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