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년 전 ‘손자’가 “무릇 먼저 싸움터에 나아가서 적을 기다리는 자는 편하고, 나중에 싸움터에 나와서 싸우려고 달려가는 자는 고달프다. 그러므로 전쟁을 잘하는 자는 남을 끌고 다니기는 하지만 남에게 끌려다니진 않는다.(凡先處戰地而待敵者佚 後處戰地而趨戰者勞 故善戰者 致人而不致於人)”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격동의 한반도다. 12일 초유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역사적인 남·북·미 3자 회담을 통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충격과 반전의 연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했다가 재개를 하는 등 롤러코스터 같은 지난 시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남북 셔틀정상회담 등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이 있다.
그래서 ‘손자’는 또 이렇게 예견했다. “병법에서 졸렬하게 싸우더라도 속히 끝맺는 게 좋다는 말은 들었어도, 교묘하게 싸우면서 오래 끄는 게 좋은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무릇 전쟁을 오래 하는데도 나라에 이로웠던 예는 없다.(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 夫兵久而國利者 未之有也)” 여건이 어떻든 사람은 만나야 한다. 그래야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성숙해 간다. 만남은 진실한 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관심과 진정성이 요청된다. ‘대학’ 정심장(正心章)에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라고 한 바가 잘 표현하고 있다.
관건은 북한에 달려 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그래야 밝은 미래가 있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兵聞拙速 : ‘전쟁은 졸렬해도 빨리 끝내는 게 좋다’는 뜻.
兵 병사 병, 聞 들을 문, 拙 못날 졸, 速 빠를 속
兵 병사 병, 聞 들을 문, 拙 못날 졸, 速 빠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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