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여성의 몸을 음란물로 보지 말라”며 반라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 제지를 당했다. 이들은 자신의 몸을 담요로 가리는 경찰에게 항의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외쳤다. 하지만 도를 넘어선 일탈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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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들이 상의를 벗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자 경찰들이 서둘러 담요로 이들 주변을 가리고 있다. 뉴스1 |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노출 시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이 서둘러 담요로 이들을 가렸다.
시민 반응은 비판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취업 준비생 이모(29)씨는 “개인 또는 집단이 가진 표현의 자유는 존중한다”면서도 “그 자유가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직장인 박모(30)씨도 “공공장소에서 반라 시위를 벌인 것은 시위 취지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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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열린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의 `페이스북 성차별적 규정 항의` 기자회견에서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경찰은 이들에게 공연음란죄를 적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형법 제245조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이날 페이스북 ‘불꽃페미액션’ 계정에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귀하의 게시물이 당사의 오류로 삭제되었다’면서 해당 콘텐츠를 복원했다. 나체 이미지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지만 시위와 관련된 경우 허용한다는 내부 규정에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불꽃페미액션 측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게시물 탈환을 완료한 것은 우리의 승리”라며 “우리의 투쟁 역사가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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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 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반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여성의 노출 사진을 ‘음란물’로 규정한 것에 규탄하기 위해 상의를 탈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집회에서의 지나친 노출 행위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회의를 앞두고 환경운동가 2명이 노출 시위를 하면서 공연음란죄 처벌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경찰은 “속옷을 입고 몸에 페인팅을 했다”며 공연음란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도 참가자들의 노출 행각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과거에는 집회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폭력을 일삼았다면, 최근에는 과감한 퍼포먼스로 관심을 끌려는 추세가 강하다”면서도 “목적을 가진 퍼포먼스라도 공공장소에서의 노출은 남녀를 구분 짓지 않고 공연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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