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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부정한 돈은 받지 않았다…檢, 무리한 기소"

입력 : 2018-05-23 19:14:37 수정 : 2018-05-24 0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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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횡령 혐의 첫 재판 안팎 /정장차림에 '716'수인 번호 배지 / 수갑·포승도 없이 법정으로 이동 / "진술·재판 거부 등 주장 많았지만 / 전직 대통령으로서 못 받아들여" / '보이콧' 朴과 차별성 부각하기도 / "오늘 새 사실 많이 알아" 헛웃음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이 다음에 네가 잘되면 너처럼 어려운 아이를 도와야 한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던 날,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법정에 처음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의 굴곡진 인생사를 언급했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만큼 물욕이 없고 검은돈을 결단코 받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왼쪽 옷깃에는 ‘동부(구) 716’이란 수인번호가 적힌 배지가 달려 있었다. ‘서울동부구치소 716번 수용자’란 뜻이다.

이 전 대통령은 꼭 1년 전 같은 피고인석에 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수갑을 차고 법정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수갑도, 포승도 없는 채로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까지 이동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얻자 “앉아서 해도 된다”는 재판장 권유를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입장문을 읽었다. 우선 자신이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란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1985년 형님(이상은 회장)과 처남(고 김재정씨)이 회사를 만들었고 그 뒤 30여년간 가족들 사이에 어떤 다툼도 없었는데 국가 개입이 온당한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4대강 사업에 수많은 기업이 참여했고 퇴임 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수차례 이뤄졌지만 불법 자금이 밝혀진 적은 없었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과 변호인단 간 언쟁에 끼어들어 항변하기도 했다. 그는 “(재임 5년간) 청와대 본관에 기업인이 들어온 적 없고 이건희면 몰라도 이학수가 대통령 방에 들어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삼성전자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이학수 전 부회장이 청와대에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나와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거부 중인 박 전 대통령을 의식한 발언도 있었다. 그는 “재판을 거부하라는 주장이 많았지만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해 박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검찰 측 증거에 모두 동의한 것도 박 전 대통령과 다른 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재판 초기만 해도 검찰 측 증거에 대부분 동의하지 않았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옛 ‘주군’한테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을) 보호하고 싶은 심정이고 애정을 갖고 있다”며 감싸는 태도를 취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난 뒤 방청석에 있던 지인들을 향해 “내가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네”라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이 전 대통령 측근과 세 딸이 방청석을 지켰다.

검찰은 김윤옥 여사나 아들 이시형씨 등 관련자들의 기소 여부는 수사를 진행하며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나머지 공범 수사는 진행 중”이라며 “처리 방향이나 시점은 결정된 바 없고 향후 재판 상황 등을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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