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사진사’를 자부하는 오향숙씨는 미국 워싱턴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복원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아냈다. 오씨는 공사관이 “우리 역사의 실체를 보여주는 곳”이라며 “살아있는 박물관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
오씨와 공사관의 인연은 운명 같은 것이었을까. 그는 공사관 옆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그 아파트와 공사관을 같은 건축가가 지었다. 그리고 공사관을 처음 견학하던 날 밤에 꾼 꿈.
“저희 아파트가 환하게 보이면서 방문이 활짝 열려 있었어요. 문 앞에 몸집이 크지 않은 사람이 서 있었는데, 정장 차림은 아닌 하얀색의 말끔한 옷을 입고 있었어요. 아파트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저와 아주 짧게 눈이 마주치자 얼른 옷장으로 들어가더라구요. 아주 짧은 꿈이었지만 지금도 생생해요.”
오씨는 공사관을 보며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건물이 갖고 있는 운명에 고국과 떨어져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반영된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옆에 조상들이 살았었다는 사실은 각별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기도 했다.
‘재능기부’인 셈치고 촬영을 시작한 그는 거의 매일 작업 현장을 찾았다. 1910년 민간에 팔린 이후 100년 넘게 가정집으로 사용된 흔적을 없애고, 초대공사인 박정양이 살던 당시의 모습으로 되살리는 작업은 신중하게 진행됐다.
“건물 내부의 철거 작업이 매우 흥미로웠고, 그것을 사진으로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빅토리안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제거하고 나면 (공사관이 건축된) 1877년에 세운 뼈대가 드러납니다. 그런 작업을 보면서 복원은 그 과정 자체가 마치 ‘시간 전환의 의식’을 치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복원작업을 주관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오씨의 사진을 토대로 제작한 편집본을 보면 이런 관심이 정확히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테리어를 뜯고, 칠을 하고, 벽지를 바르는 등의 작업을 일일이 촬영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다양한 표정의 ‘미국인’ 작업자들이다. 미국 건물인지라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아프고 서러웠으며 치열했던 우리 역사의 현장이 그들의 손끝에서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는 것은 묘한 감상을 자아낸다.
22일 개관하는 공사관이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길 바란 오씨의 기대처럼 교포사회의 기대 또한 크다고 한다. “사진에세이 형식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복원된 공사관이 미국에서 자라는 교포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알게 하고,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곳이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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