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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한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관계자들이 빈소를 준비하고 있다. 유족 측은 조용하고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가족장을 치르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
LG그룹은 20일 오전 구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최대한 검소하고 간소하게 장례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최근 건강히 급격히 나빠지면서 가족과 회사 임원들에게 “나 때문에 번거로운 사람이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내 삶의 궤적대로 장례식은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러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측은 발인시간과 장지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LG 관계자는 “관련 정보를 알고 조문객이 찾아올까봐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구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와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서울대병원에 모여 장례절차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 회장의 빈소에는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화와 조문을 정중히 사양하오니 너른 양해 바란다’는 문구가 붙어 있고, 외부인의 출입은 물론 없었고 빈소에 조화 하나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에는 일부 조화가 배달되기도 했으나 유족의 뜻에 따라 모두 반송됐다.
LG전자와 LG화학을 비롯한 계열사에서도 별도의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LG 관계자는 “철저하게 가족장으로 치른다는 게 유족들의 생각으로 회사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든 장례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조문이나 조화는 일절 정중히 사양할 계획인 만큼 관계 고위 인사 등에게도 가족과 고인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구 회장 삶의 방식과 이어진다. 구 회장은 그룹 경영진의 자녀 결혼식에도 가능한 한 검소하게 치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지난해 창립 70주년 당시 성대한 기념행사를 준비하자는 그룹 내 주장에도 ‘시무식을 겸해 별도의 행사 없이 간소하게 치르면서 의미를 되새기자’고 제안한 것도 구 회장이었다. 또 과거 구 회장이 부장 시절 해외출장을 함께 간 한 기업 인사가 귀국 후 동행한 사람이 그룹 회장의 맏아들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랐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사주 일가의 갑질 행태 등 ‘오너 리스크’가 거의 없는 기업으로 유명하다”면서 “젊은 시절부터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아 봄에 밴 소탈하고 검소했던 언행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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