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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보이는 법(法)] (52) 레시피 베껴 창업 ‘영업 비밀 침해’ 해당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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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6 14:36:28 수정 : 2018-05-16 14: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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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전국에 100여개의 가맹점을 둔 추어탕 가맹 사업자이다. 설립 5년째 되던 해 퇴직한 주요 임원들이 그동안 추어탕 식자재를 납품하던 업자와 함께 추어탕 가맹사업을 하는 B사를 설립했다. B사의 설립자들은 A사 재직 당시 취득한 추어탕 제조 비법을 그대로 접목시켜 월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위 행위는 영업 비밀 침해죄에 해당할까?

 


‘영업 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비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독립적 경제성)이며,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비밀관리성) 생산 및 판매방법, 그밖의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가리킵니다(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2조 2호).

여기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정보’에 해당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포함해야 합니다. 먼저 비밀정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고지를 하고, 접근 대상자나 방법을 제한해야 하며, 접근한 자에게는 비밀준수 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도6772 판결 등 참조).

위 사례에서 B사 측은 A사 점포에서 근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리할 수 있으므로, 추어탕 제조법은 이미 알려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B사의 영업 비밀 침해를 인정하였습니다.

재판부는 “봉지에 쓰인 공개된 내용물 함량 표시로는 제 맛을 낼 수 없다”며 ”같은 재료도 배합 비율과 끓이고 꺼내는 시간 등의 조리법과 순서 등을 달리해 차별화된 맛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사는 소스 배합실을 통제구역으로 지정하고,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여 관리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B회사의 설립자들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10. 27. 선고 2008가합100089, 2011가합63425 판결).

위 판결은 음식의 조리비법 역시 비밀성과 독립적 경제성, 비밀관리성의 요건을 갖추면 영업 비밀로 보호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아울러 법원이 산업 기술이 아닌 레시피를 영업 비밀로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습니다. 나아가 프랜차이즈에서 자행돼온 ‘제조 비법 빼돌리기’ 등의 불법적인 행위를 사전 차단할 좋은 판례가 되었습니다.

영업 비밀 침해를 당했다면 그 행위에 대해 제도를 통해 금지하거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손해배상 소송이나 신용 회복 조치 진행 등 민사적 해결도 볼 수 있습니다. 형사적 방법으로는 업무상 비밀 누설죄로 상대를 처벌할 수 있으며, 3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관련 분쟁이 시작되면 영업 비밀 성립요건의 충족 여부에 대해 다양한 법리적 공방이 오가는 만큼 소송에서 보다 유리한 지위를 점하려면 사업 운영상의 기밀정보를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sunghwan.oh@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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