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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싱가포르 전경, 에스플라네이드 극장, 식물원, 머라이언, 스리 마리아만 사원, MRT. 사진=위키백과 캡처 |
12일 주요 외신들의 분석에 따르면 싱가포르 개최지로 선정된 이유로는 싱가포르가 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중립적 외교 무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북한, 미국 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는 나라다. 싱가포르는 동남아를 관할하는 미국 해군의 기지를 제공하고 있고 많은 미국 기업들이 아시아 본부를 두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북한과도 1975년 외교관계를 맺은 후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지속해 왔다. 북한대사관도 존재하는 싱가포르는 대북 제재가 전면 실행되기 전인 2017년까지 북한의 몇 안 되는 주요 대외 경제 활동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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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위키백과 캡처 |
체제의 특수성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는 1인당 GDP가 5만7713달러(세계 8위)에 이르는 자본주의 국가이지만 정치형태는 완벽한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잘사는 북한’이라는 별명이 붙은 국가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에서는 현재까지 일가독재가 유지되고 있다. 국부로 불리는 고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 리셴룽이 아직 총리로 재직하고 있다. 이는 3대 세습을 하고 있는 북한과 유사하다. 고 리콴유 전 총리는 1인당 GDP 400달러에 불과한 빈국인 싱가포르를 세계 물류 금융 비지니스의 중심지이자 청렴한 나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언론규제, 자유억압, 강권통치 총리세습 등에선 혹평을 받은 바 있다. 전면적 체제전환과 인권문제를 껄끄러워 할 수밖에 없는 북한에 최적의 장소다.
전날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댄 블루멘털 아시아연구소장은 "미국과 싱가포르의 오랜 관계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싱가포르는 매우 우호적인 장소이며 김 위원장에게는 일종의 안전지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 전력 탓에 김 위원장은 다른 많은 나라에서 체포의 타깃이 될 수 있지만 싱가포르는 아닐 것"이라며 "외교를 중시하는 싱가포르는 유럽과 미국처럼 인권문제를 적극 앞세우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중국과 대만의 최고 지도자가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했던 곳도 싱가포르였다. 지난 2015년 싱가포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최초로 양안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편 1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북미 정상회담장으로 거론되는 샹그릴라 호텔과 마리나 베이샌즈(MBS) 호텔의 다음달 12일 전후 객실 예약이 이날부로 마감됐다고 보도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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