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밤 홋카이도 삿포로시 시내에서 홋카이도 선출 자민당 국회의원 및 도의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홋카이도의 쌀을 중국에 수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홋카이도 경제에 대한 자신의 공헌을 어필한 것이다.
아베 총리의 홋카이도 방문은 11일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함께 해당 지역 자동차 공장을 시찰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지만, 아베 총리는 도의원들과 만나기 위해 일부러 하루 전 현지에 도착했다. 자신에 대한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자리에 다시 오른 2012년 9월 당 총재 선거에서 홋카이도의 9표 중 아베 총리가 얻은 것은 2표뿐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농가의 반발도 여전히 강해 이를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에는 자민당 오사카부 본부의 모임에 출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본유신회가 주장하는 ‘오사카도 구상’에 반대하는 자민당 오사카부 본부를 지지한다는 생각을 표명했다. 자민당 오사카부 본부에는 일본유신회와 선거구에서 경쟁하는 의원이 많아, 헌법 개정 등에서 일본유신회와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총리관저에 대한 불신감이 강하다. 따라서 자민당 오사카부 본부를 중시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지지를 얻으려는 목적이었다. 그 전까지 아베 총리는 개헌에 찬성하는 일본유신회와 친밀감을 과시해 왔다. 따라서 이 같은 태도 돌변에 대해 “아베 총리가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같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지방표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번 총재 선거 때부터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1차 투표일 경우 국회의원표와 지방표를 합산하고,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획득자가 없을 경우 국회의원만 참여하는 결선투표를 치렀다. 이에 따라 2012년 총재 선거 때 1차 투표에서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방표의 절반 이상을 얻으며 1위를 차지했지만 국회의원 표와 합산했을 때 과반수를 얻지 못했고, 득표 상위 2명이 치른 2차 결선 투표에서 아베 총리에게 역전을 당했다. 하지만 규정이 바뀌어 올해 총재선거부터는 결선투표에도 국회의원표(1인 1표)와 함께 지방표(47표·각 광역지자체 1표)도 반영된다. 따라서 올해 선거부터 지방표의 영향력이 커졌다.
‘포스트 아베’ 후보들도 지방표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반 아베’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16년 8월 각료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거의 매주 지방으로 발을 옮기고 있다. 그가 2012년 총재선거에서 1차 투표 때 얻은 지방표는 아베 총리의 2배에 가까웠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시바 전 간사장이 지방표에서 아베 총리보다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한 측근은 “지방표가 총재 선거의 생명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전했다.
총재 선거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5월 이바라키, 고치, 사가, 미에, 시즈오카 각현의 당 지방조직 모임에서 강연 등을 할 예정이다. 기시다파의 소속 의원도 각자 지역에서 기시다 정무조사회장과 경제계의 모임과 시찰을 기획하고 있다.
첫 여성 총리를 노리는 노다 세이코 총무상도 12일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에서 각각 강연을 하는 등 활발하게 지방을 방문하며 존재감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오는 9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입후보: 국회의원 20명 이상 추천인
1차 투표: 국회의원표(1인 1표) + 지방표(총수는 국회의원표와 동수)
*1차 투표에서 과반 특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1차 특표 상위 2인): 국회의원표(1인 1표) + 지방표(47표·각 광역지자체 1표)
입후보: 국회의원 20명 이상 추천인
1차 투표: 국회의원표(1인 1표) + 지방표(총수는 국회의원표와 동수)
*1차 투표에서 과반 특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1차 특표 상위 2인): 국회의원표(1인 1표) + 지방표(47표·각 광역지자체 1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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