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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에 120억 예치시켜 몰래 인출… 지역 농협 간부 낀 ‘희대의 사기극’

입력 : 2018-05-10 19:29:33 수정 : 2018-05-10 22: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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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에 허위 지급보증서 발급 / 사기꾼들에 수표 넘겨준 대가로 /사례금 챙긴 지점장 등 4명 구속

경북 구미의 산동농협 120억원 인출사건은 사기꾼 2명이 농협 간부들과 짜고 피해자들을 등친 사기사건으로 드러났다.

구미경찰서는 10일 윤모(44)·김모(46)씨, 산동농협 감사 이모(54)·장천지점장 김모(54)씨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 등 2명은 지난해 11월 피해자 L씨에게 접근해 “백화점 상품권을 사고팔면 수익이 나는데 수수료와 매월 이자 8%를 주겠다”고 속였다. 꼬임에 넘어간 L씨는 이들의 말대로 산동농협 장천지점에 40억원을 예치하고 수표를 지점에 두는 대신 ‘40억원을 6개월 뒤에 되찾아간다’는 내용의 지급보증서를 받았다. 윤씨 등이 당초 약속대로 수수료와 월 8%의 이자를 꼬박꼬박 주자 L씨는 이후 30억원을 추가로 예치했다. 그러나 윤·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점장으로부터 수표를 넘겨받아 다른 농협에서 돈을 몽땅 빼내 갔다.

감사와 지점장은 경찰 조사에서 “윤·김씨가 거액을 투자하는 대단한 사람들인 줄 알아 수표를 주면 수익을 낸 후 원금은 물론 수익금까지 다시 예치할 거로 믿었다”고 진술했다.

윤씨 등은 지난 2월에도 부동산개발업체 D사가 구미시 산동면 외국인투자지구에 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50억원을 예탁한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들은 D사 관계자들에게 접근해 “산동농협 장천지점에 50억원을 예탁하면 수표는 지점에 맡겨두고 60일 후에 되찾는 내용의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속였다. 그러자 사기꾼들은 곧바로 D사가 맡긴 수표를 지점장으로부터 넘겨받아 다른 농협 지점에서 50억원을 모두 인출했다.

예금주에게 허위 지급보증서를 발급해 주고 사기꾼들에게 수표를 넘겨준 대가로 산동농협 감사 이씨는 12억원, 장천지점장 김씨는 2억원을 각각 챙겼다. 사기꾼 윤씨는 66억원을 챙겨 아파트 임대와 외제차 구매 등에 썼으며, 김씨는 챙긴 15억원을 가족 명의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동=전주식 기자 jsch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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