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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일요세상] 창문 두드리고, 난간에 아이 앉히고…'동물원 에티켓' 파괴자들

입력 : 2018-05-06 08:00:00 수정 : 2018-05-05 1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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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한 동물원에 살던 캥거루가 “일어나!”하며 누군가 던진 돌에 맞아 결국 죽었다는 소식과 관련해 가해자를 향한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관람예절을 지키지 않은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어린이날이자 사흘 연휴의 첫날인 5일, 행락객들로 전국 관광지가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세계일보가 직접 수도권의 한 동물원을 찾아 관람객들의 행동을 3시간여 관찰했다.

다행히 대부분은 관람예절을 잘 지켰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발견됐다.

 

 


2살 정도로 추정되는 아기를 앞에 안은 한 남성은 여우류 우리 앞에서 유리창을 손으로 ‘쿵쿵’하고 두 번 쳤다. 근처에는 창문을 두드리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자는 여우를 깨워 아이에게 보여주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 동물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동물의 휴식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안내문까지 어긴 꼴이 됐다.

조류 우리를 방문한 어느 가족은 나무 난간에 아들을 올려놓고 새를 관찰했다. 난간 높이가 어른의 허리 정도여서 어린 아들이 새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남성은 아이를 난간 위에 앉히고는 가족사진까지 찍었다. 관람 편의를 위해 낮게 만든 난간인데, ‘당연히’ 아이를 앉혀도 되겠지 하는 생각 때문에 나온 행동이다.

실내 원숭이 우리 근처에서는 디자인을 위해 설치된 밧줄에 아이들이 매달려도 제지하지 않는 부모들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한 남성은 “이거 내가 매달려도 되나?”라며 줄을 잡은 채 껑충 뛰었다가 “매달리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는데?”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는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사자 우리 근처에는 관람객 접근 제한선이 바닥에 그려졌지만, 선 넘어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간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창문과 제한선 사이에 설치된 난간을 넘지 않은 게 다행으로 보였다. 우리를 지켜본 약 20분 동안 제한선을 알아차리고 일행에게 말한 어느 여성을 제외하면, 에티켓 지키자는 안내문에 눈길을 준 이는 없었다.

 
 


또 다른 곳에서 누군가의 막무가내 행동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지켜본 곳에서는 지나치거나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한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다.

동물원 측은 에티켓 안내문에서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지 말고, 자는 동물이 깨지 않게 조용히 관람해달라”며 “돌 또는 쓰레기를 던지지 말고, 사진 찍을 때 플래시 켜는 행동 등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동물 사랑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관람객이 따르지는 않았다.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일까?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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