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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보이는 법(法)] (50) 법인카드 사적 유용…횡령·배임 구분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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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2 13:00:00 수정 : 2018-05-01 21: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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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은 업무 수행 또는 복리 후생 차원에서 법인카드를 종종 씁니다. 내 돈이 아니기에 지불액에 대한 긴장감이 느슨해지기 다반사입니다. 이런 심리가 잘 반영된 용어로 ‘법카(법인카드의 축약어) 찬스’라는 말도 있습니다. 자신이 부담해서 먹기엔 다소 비싼 메뉴를 회삿돈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물론 회식 또는 식대 등 공적인 목적으로 법인카드가 제공된 것이기에 사용상 문제는 없습니다.

만약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법인카드를 사용해 자신 차량에 기름을 넣은 뒤 영업을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하는 직원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자칫 관행으로 넘기기 쉽지만 액수가 적더라도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형법에서는 신뢰 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횡령죄와 배임죄를 두고 있습니다.

먼저 횡령죄는 다른 이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횡령하거나 반환하기를 거부할 때 성립합니다. 이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범죄가 바로 배임죄입니다. 배임이란 다른 이를 위해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맡은 일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 두가지 범죄를 형법에서 찾아보면 동일한 조항(제355조)의 서로 다른 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조항의 위치만 보더라도 횡령죄와 배임죄는 동일한 취지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사성으로 배임죄와 횡령죄는 형법상 동일한 법정형(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일정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면 업무상 횡령죄 또는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돼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형법 제356조)까지 가중 처벌이 이뤄집니다.

간과하기 쉽지만 횡령과 배임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실제로 법적 분쟁에 얽히게 되면 수사단계뿐만 아니라 형사재판에서도 죄목별 대응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횡령죄와 배임죄는 주체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횡령의 주체는 특정 재물을 보관하는 자입니다. 여기서 보관이란 재물에 대하여 사실적 지급이나 법률적 지배를 의미합니다. 이에 비해 배임의 주체는 다른 이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입니다. 사무란 다른 이의 위탁이나 신임관계에 의한 사적 혹은 공적 사무를 뜻합니다.

두번째 구분 기준은 범죄의 객체입니다. 범죄자가 취득하는 것이 재물에 한정된다면 횡령, 그뿐만 아니라 재산상 이익에 해당된다면 배임죄로 각각 처벌됩니다. 만약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썼다면 횡령죄가 적용됩니다. 외형적으로 회사 업무를 위해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상황을 야기하거나, 임무 위배를 했다면 배임죄를 적용받게 됩니다.

이처럼 횡령과 배임은 같은 듯하나 다른 특성이 존재합니다. 둘 중 어느 한 죄가 성립되지 않으면 다른 범죄의 성립까지 검토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와 같은 특수성 때문에 비전문가가 횡령과 배임을 구분하기란 어려운 때가 잦습니다. 분쟁 연루 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사건 초기부터 현명하게 대처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강태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taehun.kang@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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