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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통일하면 세금만 늘어" 2030 대북관 변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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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8 10:37:52 수정 : 2018-04-28 13: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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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에선 북한을 적이나 남으로 인식하고 통일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2030들의 비중이 높았다.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사실상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는 등 예상을 넘어선 파격 행보를 보이면서 대북인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국제정치학회’에서 펴낸 ‘누가 북한을 이해하고 오해 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22.2%는 북한을 완전한 ‘남’으로, 18.1%는 ‘적’으로 규정하는 등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40%를 넘어섰다. 또한 북한에 대해서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하고 학력이 낮으며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을수록 북한의 현실을 왜곡해서 이해하는 경향성 역시 강했다. 예컨대 이들은 북한의 배급제도 붕괴실태, ‘고난의 행군’ 이후 상설시장으로 등장한 장마당에서의 거래 활성화 등 북한의 변화상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는 비율이 높았다.
희망 붙이고… 27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화상회담장에서 한 직원이 이산가족 상봉을 기원하는 마음 담은 쪽지들을 정리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일행을 향해 태극기와 `비핵화`란 문구가 새겨진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기존 연구결과들에서 젊은 세대가 민족상잔의 비극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전후세대나 전전세대에 비해 오히려 북한과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경향성이 높은 것 역시 특징으로 지적돼 왔다.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탈냉전세대, 90년 이후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는 경제·사회 제반 문제와 관련해서 진보적인 편이지만 오히려 전전세대보다 유독 통일의 필요성은 낮게 인식해왔다. ‘세대에 따른 통일과 대북인식 차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전세대(38.31%)와 전후세대(30.27%), 386세대(33.06%), X세대(23.15)에서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모두 20%를 훌쩍 넘어선 것과 달리 가장 젊은 세대인 탈냉전세대와 밀레니엄세대는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각각 11.48와 11.94%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 따르면 특히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들일 수록 통일이 개인의 삶에 가져다 줄 이익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 역시 두드러졌다. 탈냉전세대의 23.42%와 밀레니엄 세대의 26.87%만이 통일이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통일이 국가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통일 이후 필요한 재원 중 상당 부분을 응답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 등으로 인해 개인에게 가져다 줄 편익을 적게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27일 오전 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스크린 앞에서 시민들이 2018 남북정상회담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이날 취업준비생 편모(29·여)씨는 “남북관계에 급격한 진전이 있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평가 한다”면서도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다는 느낌보다 마냥 재미있고 그저 신기한 느낌이 강했다”고 평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이수현(25·여)씨는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친구들과 처음으로 통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전공과 관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 비핵화 선언의 신뢰성 등 민감한 주제보다는 ‘혹시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많이 나왔다”며 “그냥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특수교육교사 김민지(33·여)씨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남북경협이 진전되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제에 좋을 것 같긴 한데 단기적으로는 남한입장에서 경제적으로 고통부담이 심해질 것 같아서 사실 걱정부터 된다”며 상반된 감정을 표했다.

향후 대북문제에 관심을 갖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대북인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서울 금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석지현(34·여)씨는 “오늘 들어 북한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막상 어떤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줘야 할지 교사인 내가 몰라 혼이 났다”며 “예전엔 왠지 북한에 대해서 소개하고 가르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는데 앞으로 이런 문제에 있어서 직접 아이들과 토론하고 북한에 대해서 먼저 알아가는 과정이 제대로 된 대북인식 정립 등에 있어서 중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교육과 토론이 없는 상태에서 중고교 학생들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SNS나 각종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극과 극의 주장들을 접할 경우 자칫 혼란에 빠져 오히려 대북문제에 더욱 무관심해질 수 있다는 게 다수 교사들의 지적이다.
침묵 남북정상회담일인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 인사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거론하며 북한 문제를 두고 진영대립을 유도하려고 하는 것 역시 자칫 남남 간 갈등의 불씨를 붙일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남북 최고 지도자가 어떤 수준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낼 수 있는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서 어떤 식의 해법들을 찾아내느냐 이것이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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