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국제정치학회’에서 펴낸 ‘누가 북한을 이해하고 오해 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22.2%는 북한을 완전한 ‘남’으로, 18.1%는 ‘적’으로 규정하는 등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40%를 넘어섰다. 또한 북한에 대해서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하고 학력이 낮으며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을수록 북한의 현실을 왜곡해서 이해하는 경향성 역시 강했다. 예컨대 이들은 북한의 배급제도 붕괴실태, ‘고난의 행군’ 이후 상설시장으로 등장한 장마당에서의 거래 활성화 등 북한의 변화상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는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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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붙이고… 27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화상회담장에서 한 직원이 이산가족 상봉을 기원하는 마음 담은 쪽지들을 정리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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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향군인회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일행을 향해 태극기와 `비핵화`란 문구가 새겨진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이에 따르면 특히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들일 수록 통일이 개인의 삶에 가져다 줄 이익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 역시 두드러졌다. 탈냉전세대의 23.42%와 밀레니엄 세대의 26.87%만이 통일이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통일이 국가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통일 이후 필요한 재원 중 상당 부분을 응답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 등으로 인해 개인에게 가져다 줄 편익을 적게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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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스크린 앞에서 시민들이 2018 남북정상회담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
향후 대북문제에 관심을 갖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대북인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서울 금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석지현(34·여)씨는 “오늘 들어 북한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막상 어떤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줘야 할지 교사인 내가 몰라 혼이 났다”며 “예전엔 왠지 북한에 대해서 소개하고 가르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는데 앞으로 이런 문제에 있어서 직접 아이들과 토론하고 북한에 대해서 먼저 알아가는 과정이 제대로 된 대북인식 정립 등에 있어서 중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교육과 토론이 없는 상태에서 중고교 학생들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SNS나 각종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극과 극의 주장들을 접할 경우 자칫 혼란에 빠져 오히려 대북문제에 더욱 무관심해질 수 있다는 게 다수 교사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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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남북정상회담일인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 인사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거론하며 북한 문제를 두고 진영대립을 유도하려고 하는 것 역시 자칫 남남 간 갈등의 불씨를 붙일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남북 최고 지도자가 어떤 수준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낼 수 있는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서 어떤 식의 해법들을 찾아내느냐 이것이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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