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라며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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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
김 위원장이 탈북민, 실향민, 연평도 주민에 대해 발언한 것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 자체 회의에서 거론할 수 있겠으나 한국 매체에 보도될 것을 알면서도 언급할 것을 보면 상당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탈북민 얘기를 꺼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언론에 공개된 발언을 하던 중 “(TV에서) 실향민이라든가 탈북자들을 소개해서 잘 봤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고향 소식이 전달될 수 있지 않나…”라는 깜짝 발언으로 우리 측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실향민, 탈북민, 연평도 주민 등은 모두 분단과 북한 도발의 최대 피해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전향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접한 연평도 주민의 경우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전쟁위기를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안심시키려고 한 얘기 같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는 진정성을 강조하고 진심으로 미래지향적 관계로 가져가고 싶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가장 불편해할 수 있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김 위원장이 통 큰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고위 탈북민은 “김정일이나 김정은이나 자신들이 통 큰 지도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선수인 사람들”이라며 “남한 사람들이 보기에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얘기까지 스스럼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여유를 보여줌으로써 솔직하고 대담하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판문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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