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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소년원(고봉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사·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제주 올레길과 환상 자전거 도로 70㎞ 구간을 달리고 있다. 법무부 제공 |
지난 25일 오전 8시30분 해수욕장과 맛집으로 유명한 제주도 서귀포의 한 숙소 앞. 서울소년원(고봉중·고교) 학생들이 1.2t 화물차에 옮겨 실은 물건을 밧줄로 묶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이날 올레길을 따라 70㎞를 더 자전거로 달려야 한다. 서귀포를 출발해 동쪽 비자림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코스다. 앞서 이틀간 92㎞를 이미 달려 지칠 법도 하지만 학생들 입가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법무부가 퇴원을 앞둔 소년원 학생들의 심신수련을 위해 ‘올레길 자전거 하이킹’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장장 234㎞에 이르는 제주 해안가를 자전거로 달리는 이번 행사에 학생과 교사, 자원봉사자 등 28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다신 실수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새겼다.
하이킹 도중 유리조각을 밟고 타이어를 펑크내 ‘자전거 킬러’란 별명을 얻은 김모(17)군은 자신의 자전거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큼직하게 써붙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다리가 터질 것 같다”고 아픔을 호소하면서도 끝까지 꿋꿋하게 페달을 밟았다.
학생과 동행한 법무부 소년과 장수용 계장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축구공 하나가 세계를 열광시키는 것은 ‘규칙’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비록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긴 했어도 이 청소년들이 장차 사회에 복귀하려면 강한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쇠소깍에서 잠시 숨을 고른 학생들은 “오늘 갈 길이 멀다. 출발!”이라는 교사의 말에 짧은 휴식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신속히 헬멧을 눌러 쓰고 자전거에 올랐다. 퇴원을 일주일 앞둔 한모(18)군은 “가족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포부를 밝힌 뒤 다시 힘찬 질주를 시작했다.
제주=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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