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아버지와 딸, 세상의 편견을 메치다

입력 : 2018-04-26 21:13:56 수정 : 2018-04-26 21:13:56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인도 영화 ‘당갈’ 개봉 “왜 아들만 레슬링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금메달은 누가 따도 금메달인데.”

딸만 네 명을 낳으면서 ‘아들을 레슬링 선수로 키워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접었던 마하비르 싱 포갓. 첫째 기타와 둘째 바비타가 자신들을 괴롭힌 남자아이들을 두들겨 팬 것을 보고는 레슬링을 시키기로 결심한다.
영화 ‘당갈’은 인도 최초의 국제대회 여성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탄생 실화에 가족의 갈등과 성장 스토리를 엮어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NEW 제공
사춘기도 되지 않은 두 딸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동네를 달리고, 맨손체조를 하며 체력을 단련한다. 아이들은 마을의 웃음거리가 되지만 아버지의 뜻은 완고하다.

훈련을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 강한 연습상대가 필요해 남자 조카까지 함께 훈련시키고, 논 한가운데 모래를 깔고 지붕을 올려 레슬링장을 만든다. 딸들의 근력이 좀처럼 늘지 않자 “고기를 못 먹어 그렇다”며 난생 처음 닭을 사다 먹인다.

레슬링에 방해되는 것들은 모두 제거한다. 딸들이 “치마 때문에 못 뛰겠다”고 하자 남자 바지를 잘라 입히고, “머리에 이가 생겨 운동을 못하겠다”는 거짓말엔 머리를 짧게 깎아버린다.

“레슬링은 남자들 운동이잖아요. 이러다가는 시집도 못 가요. 당신 꿈 때문에 애들 인생 망치지 말아요.”(엄마)

“쟤들이 남자들보다 못해? 우리 애들은 남자를 골라서 결혼하게 될 거야.”(아빠)

“아빠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 영화 속 악당도 아빠보단 나을 거예요.”(기타와 바비타)

아버지의 강제로 해야 했던 레슬링이었지만 지역 대회에 출전해 아쉽게 준우승을 하면서 기타의 승부욕이 깨어난다. “아빠, 다음 시합은 언제예요?”

성취감을 맛본 기타와 바비타는 남자 선수들을 모두 던지고 메치며 승승장구하고 전국 대회를 제패한 뒤 국가대표가 된다. 국제대회 금메달을 향한 도전과 시련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25일 개봉한 영화 ‘당갈’은 2010년 영연방 경기 대회에서 인도 여성 레슬링 선수 최초로 금메달(55㎏)과 은메달(51㎏)을 획득한 기타 포갓과 바비타 포갓, 그리고 그들을 레슬러로 키워낸 아버지의 실화를 그린 스포츠 오락 드라마다.

자신의 꿈을 자식에게 대신 이루게 하려는 아버지의 독한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인도에서 편견을 극복하고 딸들을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낸 열정에 결국은 박수를 치게 된다.

부녀는 딸이 14세가 되면 ‘치워버리듯’ 시집보내는 풍습과 ‘여자라서’ 안 되는 것이 많은 사회에 맞선다. “네 상대는 이 사회의 편견이다. 여자를 열등하다 여기는 사람들과 싸우라”고 아버지는 당부한다.

‘당갈’은 한 가족의 성장드라마로서도 흠이 없다. 아버지에게 레슬링을 배우던 기타가 ‘큰물’을 경험하고 반항을 시작하면서 부녀는 위기를 맞는다. 그간의 통제에 대한 서러움을 담아 아버지를 이긴 뒤 후회하는 딸과, 이제는 품 안의 자식이 아님을 실감하며 서운해 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 세상 모든 부모와 자식이 한 번쯤 겪는 시련이다. 마침내 기타가 따낸 금메달은 갈등 후 더욱 끈끈해진 가족의 성장이 이뤄낸 것이기에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세 얼간이’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잘 알려진 인도 국민배우 아미르 칸이 마하비르 싱 포갓을 연기했다.

전국 챔피언 시절의 근육질 레슬러와, 두 딸의 코치로 살며 살집이 붙은 60대 아버지까지 극과 극의 몸매를 식단조절을 통해 특수분장 하나 없이 완벽히 만들어냈다.

기타 역의 파티마 사나 셰이크와 바비타 역의 산야 말호트라는 3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신예다.

“완벽히 레슬러가 될 수는 없어도 가짜처럼 보이지 않도록 훈련시켜 달라”는 니테쉬 티와리 감독의 주문에 따라 배우들은 8개월 가까이 주 6일 레슬링 훈련을 받았다. 덕분에 영화 속 경기장면은 진짜 선수들이 연기한 것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실감난다. 몸에 힘을 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긴장감이 넘친다.

영화 OST의 과장된 선율은 보통 몰입을 방해하지만 인도 영화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힘 있고 개성 강한 ‘당갈’ OST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움을 주며 흥을 더한다.

‘당갈’은 힌두어로 레슬링 경기라는 뜻이다. 2016년 인도에서 개봉해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박주현 '깜찍한 손하트'
  • 있지 예지 '매력적인 미소'
  • 예쁜하트와 미소, 박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