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카지아니스 내셔널 인터레스트 센터(CNI) 국장은 20일(현지시간) 폭스 뉴스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발표가 마치 미국이 엄청난 승리를 거둔 것처럼 들릴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고, 특히 아직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의 성명은 향후 몇 주일 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확실히 만날 수 있도록 보장을 받으려는 책략”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대북 경제 제재를 허물어뜨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김 위원장의 타협적인 발언이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가 실제로 자신이 한 말을 실행에 옮기는지 두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말로 중요한 점은 김 위원장이 기존의 핵무기와 미사일 및 대규모 재래식 군비를 폐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미사일로 수백만 명을 살상할 수 있어 더는 새로운 무기를 만들 필요가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존 울프스탈 핵위기그룹(NCG) 국장은 ‘뉴 리퍼브릭’ 기고문을 통해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기에는 너무나 좋은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울프스탈 국장은 “트럼프-김정은 회담의 모멘텀이 생기는 것 같고, 마치 평화의 질주가 시작된 것 같으나 우리 모두 깊이 숨을 내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압박, 위협, 고립에 견디지 못해 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제 발전과 관계 정상화의 길로 나왔다는 기대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가 지적했다. 울프스탈 국장은 그러나 “우리가 아직 김 위원장의 행동을 알 수가 없고, 그의 생각을 알기는 더욱 어렵다”고 강조했다.
울프스탈은 김정은-트럼프 회담 등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이 시작되면 미국이 불리한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를 위한 협상은 수개월이 걸리고, 이를 이행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프스탈 국장이 “협상이 장기화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먼저 깨고 나와 대북 강경책을 동원하면 한국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셉 버뮤데즈 ‘38노스’ 선임 분석관은 “김정은이 국제적인 미디어 게임에 놀랄 만큼 뛰어나다”면서 “북한은 미리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이 엄청난 성과 없이 끝나면 그 책임을 미국이 뒤집어쓰게 된다”고 주장했다. 톰 카라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장은 USA 투데이에 “북한이 앞으로 미국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 사항 리스트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 전문가인 안킷 판다는 트위터에 “핵실험장 폐쇄는 협상 분위기 조성보다는 북한이 이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북한이 이미 추가 핵 실험이 필요 없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피 나랑 MIT 정치학 교수는 “북한의 성명 중에서 후반부에 언급된 핵무기 불사용과 핵무기와 핵기술의 확산 방지 약속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데릴 킴벌 미 군축협회 국장은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를 의미있는 출발점으로 삼아 북한이 핵실험금지조약에 서명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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