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이뤄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에 이어 이르면 다음달 열리게 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의 전망은 마냥 낙관적이지 않았다.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역사적 두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5일 찾은 원로학자의 연구실 책상에는 일본 신문기사를 오려둔 자료와 일본 외교관이 쓴 중국에 관한 책, 미국 정치학자 저서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그의 관심사가 어디를 향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2018 남북정상회담 원로 자문단이기도 한 장 교수가 한국은 물론 미·중·일의 전·현 외교안보 고위 관료 및 전문가 그룹과의 축적된 교류를 통해 전한 외교 비화(秘話)는 귀에 쏙 들어왔다. 우리 외교안보에 일침을 가하는 지적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웠다. 장 교수와의 인터뷰는 그가 사외이사로 있는 서울 종로구의 대림산업 연구실에서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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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대림산업 회의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북·북미 정상회담 전망 등 한반도 외교안보 정세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
“성공·실패 가능성을 반반으로 본다. 첫 정상회담에서 국민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도 우리가 실망스러울 정도의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어떤 형태로든 현상 타파에 나설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꼽는다면.
“정부가 북한이 중국에서 얘기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조치 입장을 수용한 것 같은데 이 경우 미국을 어떤 틀 속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나 청사진이 내가 보기엔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뭔가 비핵화에 대한 콘크리트한 한 가지는 나와 줘야 한다. ”
-걱정스러운 점은.
“김정은의 ‘깜짝 제안’과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외교안보적 노력이 지금까지의 기본틀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는 움직임이다 보니 국민적 기대감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소위 말하는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최근에 와서 정부가 종전에 비해서는 현실적 접근을 하는 것 같지만 남북관계뿐 아니라 외교안보라고 하는 것은 이상론적인 비전도 중요하지만 현실주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ㅡ그렇다면 현실적 접근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핵 능력 사용 의사를 없애는 방법에 대해 타협하는 것이 길이라고 본다. 북한의 핵 공격 의사를 제거하는 방법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미수교 등 여러가지가 있다. 북한이 핵 공격 능력을 갖췄으나 그 능력을 우리가 인정해줄 수는 없으니 NCND로 가되 북한의 공격 의사를 없애는 환경을 만드는게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되어야한다고 본다. 아무리 평화협정을 맺는다한들 세계 역사상 평화협정 맺은대로 잘 지켜진 사례가 없다. 현실주의적 시각을 가져야한다.”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의 핵심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느 정도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지다.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그건 조금 지나친 기대다. 이미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발언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그와 면담하고 돌아와 언론발표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했을 때와 북·중 정상회담 이후에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정 실장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용어가 우리에게 전달됐을 때는 북한의 비핵화로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후 북·중 정상회담 때 단계적·동시적 조치 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한 김정은의 발언은 분명히 다른 얘기라고 생각된다.”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비핵화는 청와대에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으로 얘기한 것처럼 단칼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치 단칼에 북한의 핵폐기를 이룰 수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줬는데, 그런 발상 자체가 나이브하다. 비핵화는 장기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다.”
-북·미 정상회담 성과가 있을까.
“트럼프와 김정은 두 사람 다 생각보다 합리적 인물이다. 이 두 합리성이 합쳐지면 무슨 딜(deal·거래)이든 이뤄질 것이리라 본다. 가깝게 지내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은 그동안 대북 관여 정책을 주장해 오다가 최근에 제재·압박쪽으로 돌아섰다. 이 사람이 요즘 제일 걱정하는 것은 우리나라 좌파의 대북관과 안보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결론은 비핵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맞바꿀 수 있다는 것인데 나도 이 사람과 생각이 비슷하다.”

-북한 태도가 관건일 듯한데.
“이번에는 북한이 협상에 적극적이었던 크리스토퍼 힐(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을 워싱턴에서 바보로 만들고 미국 내 우군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던 과거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ㅡ미·중 간 한반도를 둘러싼 거래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해서는 안되는 말이지만 남북이 갈라져있지 않았다면 미국이나 중국의 속국이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통일되면 미국이나 중국이 우리를 속국으로 만들기위해 가만히 내버려둘 것같지 않다. 조선시대 말기때 우리가 겪어보지 않았나. 러시아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세력권을 인정하고 그 대신 일본은 만주의 철도에 대한 러시아의 세력권을 인정하자는 일본의 만한교환론이 그때 나왔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강대국 소용돌이 속에서 시달릴수밖에 없는데 조선시대 말기에 세력균형 정책을 시도하다가 망해버렸다.”
ㅡ우리가 현실적으로 세력균형 정책을 펼칠수 있나.
“세력균형 정책을 잘 구현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약자 입장에서 세력균형 정책을 잘못하다가는 패망한다. 조선시대 말은 러시아에 붙었다 일본에 붙었다 왔다갔다하다 완전히 망한 사례다.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의 동북아 균형자론도 유사한 경험이다. 세력균형 정책을 정말 잘 하려면 전후 세력균형을 재편한 빈 체제를 만든 오스트리아의 재상 메테르니히나 프로이센의 독일 통일을 이룬 비스마르크 재상같은 고도의 전략가가 판을 만들어야 한다.”
ㅡ문재인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는것 아닌가.
“문재인정부가 중국과 가까이하고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려는 시도를 한 것을 나쁘다고만 볼수는 없다. 다만 그 수가 너무 뻔하고 속이 다 보이게한게 문제였다. 사실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인데 전략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것같지 않다. 성급했고 한쪽으로 갑자기 쏠리는 현상이 보이면안되는데 쏠리는 인상을 줬다. 그러다보니 우방이 의심하고 버릴 가능성까지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래서는 곤란하다. 지나치게 우리 우방과 동맹을 도외시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ㅡ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대응이나 대북정책에서 그런 모습이 노출된것같다.
“정부의 사드 대응은 전략적으로나 외교적 행태로 볼때 민족의 자존심을 건드린 측면이 있다. 정부가 그런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대중 경제 의존도가 심한 상황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했다고 본다. 중국이 한미동맹을 인지하고 있기때문에 한미동맹 틀 속에서 대중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였어야했는데 우리가 중국에 너무 저자세로 나갔다. 독일의 막스 베버는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외교는 국익 추구가 가장 중요한 목표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민족의 명예와 자존심을 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의 대중 사드 외교로 민족의 자존심과 존엄이 많이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국민의 반중정서가 상당히 강해졌다. 그렇다고해서 중국의 사드 보복을 막은 것도 아니었고 당할껀 다 당했다. 중국이 나쁜거지만 중국이라는 나라에게 아직 외교적 투명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떻든간에 강대국 간 세력균형속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역시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중국·러시아·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을 했어야했는데 지금 현재 솔직히 말하면 정부에 그 일을 해낼만한 맨파워가 구비되어 있는것같지는 않다. 미·중·일·러 4강 대사 인사를 봐도 그렇고 향후 문재인정부의 상당한 취약점이 될 수 있을것같다.”

-김 위원장의 전략은 뭘까.
“핵은 완성했으니 남은 게 경제발전인데 대북제재 때문에 불가능하니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통해 미국에서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통해 경제 지원을 받아내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경제활력을 도모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일종의 북한판 포괄적인 세계전략을 꿈꾸는 게 아닐까.”
-포괄적 세계전략이 무엇인가.
“실제로 김정은체제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지사와 함께 북한에 다녀온 인사의 전언에 따르면 김계관(당시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일 위원장이 1990년대 초반에 하던 포괄적 세계전략을 김정은 위원장이 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북한이 대미 일변도의 ‘가마우지 외교’에서 탈피해 남북·북일관계 개선을 시도해 경제원조를 받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가마우지(물고기를 잡을 때 낚시 대신 이용하는 새의 이름)만 잡으면 물고기(한국·일본)는 알아서 따라온다는 의미인데 그 패턴을 바꿨다는 얘기다. 아마 지금이 그 초기 구상을 현실에 적용하는 단계가 아닌가 추측된다.”
-한·미 간 북한에 대한 근본적 시각이 너무 다른데.
“문재인정부가 두 가지 싸움을 해야 한다. 하나는 북한을 사악한 집단이자 타도대상으로 보는 국내 보수적 여론과의 싸움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운전석에서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을 어떻게 극복해 가면서 북한과 대화할 것인지의 싸움이다. 이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에 대한 시각차 극복이 관건일 듯하다.
“우리가 미·일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어디까지 갈 수 있겠나. 두 나라와 보조를 맞추다 보면 북·중과 틈이 생길 텐데 이 접점을 어디서 찾을지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구상과 전략을 설명해 줘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강하다.
“북한이 주변국의 의구심과 회의를 불식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강대국 국제정치에서 중국이든 일본이든 비핵화 문제보다 자기네 이해관계에 매몰돼 갑작스럽게 우리의 통제 범위 밖에서 북한과 뭔가 딜을 하는 것이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이 될 수 있고 중국은 북한의 안정화, 미국은 비핵화가 아닌 핵 비확산 수준에서 만족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일이 벌어져 비핵화가 물건너가면 국내 갈등이 말도 못할 것같다.”
ㅡ아직 김정은체제에 대한 이미지나 국민정서가 긍정적이지 않은것같다.
“문재인정부와 우리 국민이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그 지점이다. 과연 북한을 우리가 정당한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것. 이게 왜 어렵냐면 1960년대 이후의 미·소 관계를 돌아보면 미국은 공산주의 국가는 사악한 국가라고 했지만 국제정치의 기본틀을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해 정당한 권리를 가진 주권국가라는 점을 묵인하고 대화를 했다. 이 틀을 깨트린게 레이건이다. 북한을 악마의 제국이라며 소리를 지르고 암묵적 룰을 깼다. 국제정치학자들은 세계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며 난리를 쳤다. 그런데 역사는 레이건이 옳았다고 증명했다. 소련이 패했으니까.”
ㅡ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북한을 선과 악의 개념으로 보는쪽 아닌가.
“볼턴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의 대북 정책이 바깥에 알려져있기로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 아닌가. 냉전 이후 서방세계의 공산정권에 대한 인식을 김대중정부가 바꾸려고 한 흐름을 노무현정부가 이어간 이후 한동안 끊겼다가 문재인정부 들어 다시 북한을 정당한 대화 실체로 인정하자고 나온 것이다. 누가 써준 것인지는 몰라도 문 대통령이 얼마전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고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한다’고 했는데 사실상 국가연합제로 가자고 얘기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 방향이 나쁘다고만 생각되지는 않는다.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오해의 소지도 있는 발언이지만. ”
ㅡ한·미 간 북한에 대한 근본적 시각이 너무 다른데.
“문재인정부가 두 가지 싸움을 해야한다. 하나는 북한을 사악한 집단이자 타도 대상으로 보는 국내 보수적 여론과의 싸움이다. 두번째는 우리가 운전석에서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을 어떻게 극복해가면서 북한과 대화할 것인지의 싸움이다. 이것은 결국 과연 독재자와 회담하고, 회담을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상대로 독재체제를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북한하고 남한이, 미국하고 북한 간 정책 합리성의 수렴이 가능하냐는 것. 이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는게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정부가 어떻게 극복할것인가를 국민에게 보여줘야하고 설명해야한다.”

ㅡ그게 쉽지 않은일인데. 북한에 대한 시각차가 워낙 크다.
“우리나라에 북한을 바라보는 3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희망이 없는 지옥처럼 북한과 대화해봤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룹이 있고 롤링 스톤스가 부른 노래 ‘악마에게 동정을’이란 노래처럼 북한은 괴테의 파우스트 박사처럼 ‘좋은 일을 하려 하지만, 결국에는 죄악을 저지르고 마는’ 트랩에 빠져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중도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나는 북한을 이솝우화에 나오는 진흙탕에 빠진 당나귀에 비유하고싶다. 진흙탕에 빠진 당나귀가 넘어져서 울어제끼니까 옆에 있던 개구리가 당나귀한테 “우린 평생 여기서 이렇게 산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다. 남북이 진창에 빠진것처럼 엎치락뒤치락거리며 사는게 우리의 운명인데 하루 아침에 다 바꾸려고 하는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지그재그로 갈수도 있겠지만, 문재인정부가 지금 잡은 방향은 옳은 방향같지만 북한에 대해 너무 환상을 갖고 접근하거나 유화적 태도를 보일 경우에는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문제점을 낳을 수 있으니 현실주의적인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ㅡ한•미 양국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우리 정부가 보증을 선것처럼됐다.
“그것도 그렇고 정 실장이 미국가서 전달한 비핵화 뜻하고 정부가 국내에서 발표한 내용하고 표현이 조금 다르다. 우리쪽엔 ‘한반도 비핵화’라고 제대로 표현이 됐는데 미국 가서는 북한의 비핵화로 의사가 전달된것같다. 이 간극을 극복할 방안이 있어야한다. 왜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미국갈때 통역을 데리고 가지 않았나 이해가 안된다. 김정은이 비핵화 언급 자체가 의미가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이나 2009년 9•19 공동성명 등 중요한 핵합의가 사문화된 경험이 있기 때매 북한을 상대하는 나라들이 거의 예외없이 우리나라 일부 진보 진영을 제외하고는 북한이 정말 비핵화 과정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가 강하다. 어느나라나 협상 합의 이후 불리하면 파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에는 애초 대화를 시작할때부터 그런 진정성이 없이 나오는것 아니냐는 의심을 많이 받는다는게 다르다. 과거 행동패턴이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러한 의구심과 회의를 불식시켜주는게 중요하다.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강대국 국제정치에서 중국이든 일본이든 비핵화 문제보다 자기네 이해관계에 매몰돼 갑작스럽게 우리의 통제 범위 밖에서 북한과 뭔가 딜을 하는 것이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이 될 수 있고 중국은 북한의 안정화, 미국은 비핵화가 아닌 핵 비확산 수준에서 만족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일이 벌어져 비핵화가 물건너가면 국내 갈등이 말도 못할 수준으로 비화할 것이다.”
-정부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워낙 관계가 나빴기 때문에 북·중 정상회담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두 나라 모두 다급했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설명은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정부의 이런 실수는 김정일의 2008년 중국 방문 때 패턴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때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고위 외교 당국자들에게 ‘이게 정부냐’고까지 면박을 주기도했다.”
-과거 레이건에서 부시 행정부로 넘어갈 때 미국이 노태우정부의 북방정책에 맞춰 대북정책을 수정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우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의 안보정책 참모들이 그렇게 움직일 것 같지 않다. 종국적으로 대통령이 결정은 하지만 대통령의 머릿속에 전략을 심어주는 사람은 참모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포진한 인사들의 생각을 우리 정부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고위급 대표단 방남을 계기로 정보기관 간 채널은 구축된 것 같다.
“여기 다녀간 북측의 고위인사라는 사람들이 과거 김용순 대남비서(사망)처럼 정말 ‘실세’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2002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 성사 전 일본 측의 다나카 히토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수십 차례 비밀접촉을 하며 북한의 미스터X로 활약한 류경(사망·국가보위성 부부장) 같은 인물이 안 보인다. 히토시는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라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총리 지시를 받고 총리에게 요청해 총 88차례나 총리와 만나고 그 모습을 언론에 노출했다. 총리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그런 뒤 북측에 자기 정도 되는 사람을 내보내라고 요구했고, 북측에서 나온 미스터X가 류경이었다.”
남한에 내려온 북측 인사 가운데 미스터X를 꼽는다면.
“우리에게 미스터X는 김여정(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다. 김여정 방남 시 급할 때 그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확실한 카운터파트를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지 않아 너무 아쉽다.”
-만찬 주최했던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어떤가.
“ 두 사람이 만나는 것 자체가 불편하지 않나. 임 실장은 직접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여성을 앞세워 정말 급할 때 김여정과 연락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놨으면 좋았을 법했다.”
김민서기자 spice7@segye.com
사진=남정탁 기자
●1948년 경북 울진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학사 ●미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미 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 객원교수 ●일본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객원교수 ●서강대 교수 ●서울대 교수 ●2000∼2004년 국방부 정책 자문위원 ●2003∼2007년 통일부 정책평가위원회 위원장 ●2017년∼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장 ●2018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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