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거래가 아닌 이상,
둘 중 한사람이 변하면
자연 그 관계는 깨져야 옳다.
미안해 할 때는 아니다.
마음을 다잡지 못한 게 후회로 남으면
다음 사랑에선 조금 마음을
다잡아 볼 일이 있을뿐,
죄의식은 버려라.
이미 설레지도 아리지도 않은 애인을 어찌 옆에 두 팔느냐
마흔에도 힘든 일을 비리디 비린 스무살에,
가당치 않은 일이다.
가당해서도 안될 일이다.
그대 잘못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린 모두 오십보 백보다
더 사랑했다한들 한계절 두계절이고,
일찍 변했다한들 평생에 견주면 찰나일뿐이다.
모두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다 괜찮다.
- 노희경 에세이 ‘버려주어 고맙다’ 중에서
제자의 카카오톡 프로필이 바뀌었다. 잘생긴 남자친구와 다정한 투샷으로 365일 활활 불 같은 사진이 언제부터인지 비어있다. ‘어?’하고 놀라는 순간 그녀의 카톡이 왔다.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한참을 주저리주저리 문자로 이말, 저말이 오고 갔다.
한없이 굴을 파고 있었던 그녀는 잊으려고 해도 도저히 잊히지 않는 그 녀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제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면서 슬쩍 ‘다시 연락을 해볼까’라는 맘을 비친다.
허허실실 세상을 재미있고 덜렁덜렁 대충 사는 것 같은 나지만 연애와 결혼에서 칼 같은 철칙이 하나 있다.
“한번 지나간 버스는 절대 후진하지 않는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냥 두자!”
이내 이 두 문장을 문자로 남긴다.
제자에게 매정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사랑은 변한다. 우유처럼 유통기한이 있고, 김치처럼 오래되면 쉰다.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되는 일도 있다. 인간의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그 감정이 처음의 것과 같을 것으로 기대하면 그건 큰 오산이고 치명적인 오류다.
어찌하다 보니 한 남자와 20년 넘게 연애하고 결혼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 그 남자와 불 같은 사랑도 해봤고, ‘죽네, 사네‘ 싸워도 봤다. ‘도장을 찍어? 말아?’ 별별 이야기까지 다 오고 갔다.
불타는 사랑을 할 때는 ‘그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았고, 일과 육아에 지쳐 만사가 다 힘들고 귀찮았을 때는 ‘그가 있어서’ 힘겨웠다.
그렇다고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년 전의 사랑과 색깔이 조금 달라졌다고 할까? 나는 그것을 ‘의리’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어떤 일이 있어도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내 편이 되어 줄 사람, 이 세상을 떠나는 날 옆에서 잘 살았노라고, 고마웠다고 서로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사랑이 아닌가 싶다. 남자 간의 진한 우정이나 여자들의 세세한 보살핌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그런 사랑이 ‘의리’리라. 그 정도면 딱 족하다.
사랑이 변했다고 속상해 하지 말자. 그저 그게 내 것이 아니었고, 사랑이 변하는 인정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와 사랑의 코드가 맞는 이가 시간이 되면 언젠가 오는 ‘버스’처럼 다시 올 것이다.

글=이윤영 방송작가 instagram.com/bookwriter7,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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