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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로 나온 성인용품점…개방된 성문화 vs 유해시설 우려

입력 : 2018-04-08 10:00:00 수정 : 2018-04-08 16: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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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민망해?”

지난 1일 서울 홍대를 거닐던 한 젊은 남녀가 한 상점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곳은 다름 아닌 성인용품점. 주변 커플이 들어가는 모습을 본 남녀는 호기심에 가득 차 안으로 들어갔다. 주말을 맞아 번화가에 위치한 성인용품점은 이들처럼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로 붐볐다. 커플들은 상점에 진열된 물건을 들었다 내리며 서로 농담을 건넸고 점원들은 민망할 수 있는 단어들을 당당하게 던지며 상품설명에 공을 들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대학생 김모(24)씨는 “호기심에 들렸다”며 “매장 분위기가 아기자기해 (성인용품들이)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고 수줍게 미소 지었다.

최근 서울 번화가마다 성인용품점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이미 강남, 홍대, 이태원, 종로 등 서울을 대표하는 번화가에서 성인용품점을 하나 이상 볼 수 있을 정도다. 과거 성인용품점이 음산한 곳에 숨어 영업했다면 이제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이색데이트장소로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금기시됐던 성인용품이 양지로 나온 것이다.
과거 성인용품점은 어두운 분위기로 주변 상권의 이미지를 흐린다는 상인들의 반발을 사곤했다. 1997년 2월 서울 이태원에 국내 첫 성인용품점이 생긴 이후 성인용품점은 주로 인적이 드문 거리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성인용품점이 ‘청소년유해업소’로 지정돼 학교 주변에 세워지지 못한 것도 음지에 들어서게 된 이유였다.

성인용품 사업은 주로 인터넷 거래위주로 발전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월 한 성인용품 유통업체가 관광객이 많은 이태원 거리에 내·외국인을 겨냥한 성인용품점을 열었고 차츰 인기를 끌자 전국적으로 아기자기한 성인용품점이 확산했다. 프렌차이즈 형태의 성인용품점이 생겨났고 한 건물을 통째로 성인용품으로 꾸민 매장도 등장했다.

한 성인용품 점원은 “주말 같은 경우 하루에 2000여명의 20~30대가 찾아온다”면서 “남성보다 여성이 성인용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매출의 50%이상은 여성용 제품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인용품점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한 성인용품점 인근에서 잡화를 판매하는 매장주인은 “성인용품점이 들어서 거리 분위기를 흐려놓을까 걱정된다”며 “아직은 유해시설이라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고 걱정을 전했다. 중학생 학부모 엄모(43)씨는 “번화가에 아이들도 많이 놀러오는데 혹시나 들어가서 안 좋은 영향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은 성인용품점에 드나들 수 없지만 일부 매장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다보니 일일이 신분확인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성인용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듯이 개방된 성문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만큼 올바른 성교육이 우선 선행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행복한 성연구소 배정원 소장은 “과거보다 성에 대한 매체와 정보가 많아 성에 대한 인식이 개방될 수밖에 없다”며 “성을 무작정 금기시하는 것보다 올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해 피임, 성병예방 등 시대변화에 맞는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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