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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생물의신비] 홍어와 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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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5 21:16:34 수정 : 2018-04-05 21: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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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는 남도의 상징과도 같은 수산물이다. 필자는 홍어회를 정말 좋아한다.

어류는 뼈가 딱딱한 경골어류와 물렁한 연골어류로 나뉜다. 경골어류가 대부분이고, 연골어류에는 홍어·가오리·상어 따위가 있다. 연골어류는 뼈가 무르고 살갗이 거칠며, 경골어류와 달리 체내수정을 하고, 부레가 없어 부력이 약해 땅바닥을 기며, 아가미의 뚜껑이 없어서 겉으로 아가미가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그중 홍어는 가오릿과(科)에 속하며, 몸 빛깔이 붉고, 몸이 넓적하다 하여 홍어라고 부른다. 모양새는 마름모꼴로 작은 머리에 짧은 주둥이가 뾰족 튀어나와 있다. 그런데 수컷은 암컷보다 덩치가 작고, 맛이 덜해 푸대접을 받았다. 거기다가 수컷 꼬리 양편에 15㎝나 되는 축 처진 홍두깨 모양인 두 개의 교미기(음경)가 있는데 잘못 다루면 이 생식기 가시에 손을 다치기 쉬워 잡히는 대로 생식기를 잘라 바다에 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홍어는 발효 식품이므로 알칼리성을 띠어 다이어트와 피부 미용에 도움을 주며 체질 개선에도 좋다 한다. 바닷물고기들은 삼투압으로 수분이 고농도의 바닷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체내에 짙은 여러 화합물을 녹여 놨다. 홍어는 그중 요소 성분이 많이 들었으니 죽은 다음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하면서 독특한 지린내 냄새를 풍긴다. 이 암모니아가 세균번식을 못하게 하므로 홍어는 오래 둬도 잘 썩지 않는다. 이렇게 쉽게 부패하지 않아 예로부터 제사상에 홍어나 상어토막이 올랐다.

삭힌 홍어를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묵은 김치에 싸 먹으며 막걸리까지 곁들이면 참으로 별미인데 이를 ‘홍탁삼합’(洪濁三合)이라고 한다. 이때 코를 톡 쏘는 홍어의 알싸한 맛은 이내 중독되고 만다.

이질적인 세 가지 음식이 어울려 절묘한 맛을 낸다는 데 삼합의 묘미가 있다. 이래저래 어지러운 세상, ‘홍탁삼합’과 함께하며 흉금을 터놓다 보면 좀더 살맛나는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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