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전세기로 방북한 남한예술단이 3박4일간 빡빡하게 짜여진 두 차례 평양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4일 새벽 돌아왔다.
이번 평양공연의 핵심은 작곡가 겸 가수 윤상 음악감독을 필두로 대한민국에서 내놓으라하는 인기 가수들의 화려한 무대였다.
윤 감독은 조용필부터 막내 K-팝 걸그룹 베드벨벳까지 총 11팀을 인솔, 공연에 관한 모든 연출을 책임졌다. 그 결과 첫 단독공연과 두 번째로 열린 남북합동공연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기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가수 선발 과정은 물론 현지 공연장에 깜짝 나타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부 관람, 가수들의 부상투혼 등 엄청난 이슈도 전세계 전파를 탔다. 두 차례 진행된 남한예술단의 평양공연을 정리했다.
![]() |
지난 1일 열린 우리 예술단의 평양 첫 단독공연 리허설 장면. 사진공동취재단 |
사회를 맡은 소녀시대 서현이 등장해 “이렇게 약속을 빨리 지킬 수 있을지 몰랐는데 봄에 약속을지킬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남북 관계에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다음 무대에서 백지영은 자신의 히트곡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를, 강산에는 청량한 기타 반주로 ‘라구요’와 ’명태’를 들려줬다.
16년만에 다시 평양 무대에 선 윤도현과 YB밴드의 강렬한 무대가 이어졌다. 록버전으로 편곡한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에 이어 자신의 히트곡 ‘나는 나비’, 통일을 염원하는 ‘1178’을 차례로 불렀다.
이어 출연한 걸그룹 레드벨벳은 흥겨운 율동을 곁들인 ’빨간맛’, ‘배드 보이’로 분위기를 달궜다. 북한에서도 잘 알려진 가수들은 공연 후반부로 배정돼 출연했다.
4번째 방북 공연인 최진희는 북측에서도 널리 애송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이기도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를 불렀다. 이선희는 ‘J에게’‘알고싶어요’를 부른 뒤 특유의 폭발력 있는 목소리로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했다.
피날레 무대는 조용필과 서현이 올랐다. 2005년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북측에서 요청했다는 ‘그 겨울의 찻집’에 이어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를 메들리로 들려줬다.
서현은 북한 노래인 ‘푸른 버드나무’를 부른 뒤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친구여’와 ‘다시 만납시다’,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다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일부 출연진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짓기도 했다. 관람석의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으며 출연진은 꽃다발 세례를 받았다.
우리 예술단 11팀의 가수들은 1500석을 가득 메운 북한 관객에게 2시간 10분 동안 총 26곡의 노래를 선사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부 등의 참석과 맞물려 이번 평양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동행한 남측 기자단은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는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변을 당했다.
![]() |
3일 오후 평양합동공연이 끝난 후 남북 출연진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
정인과 알리는 각각 ‘오르막길’, ‘펑펑’을 부른 뒤 북측 여가수 2명과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로 시작하는 ‘얼굴’을 함께 불렀다.
소녀시대 서현은 북측의 인기가요 ‘푸른 버드나무’를, 레드벨벳은 경쾌한 안무를 곁들인 ‘빨간맛’을 선보였다.
실향민 부모를 둔 강산에가 함경도 청취가 가득한 ‘라구요’를 부른 뒤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못 잇자 객석에선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넌 할 수 있어’를 부르는 내내 눈가가 젖어 있었다.
북측에서도 애창하는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가 이어지면서 공연장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이선희가 삼지연관현악단 방남 공연에 참여했던 북측 여가수 김옥주와 손을 맞잡고 ‘J에게’를 부르자 객석에서 리듬에 맞춘 박수가 터졌으며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하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YB밴드는 록 버전으로 편곡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1178’을 불렀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60여 명의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과 북측 여가수 5명은 ‘찔레꽃’‘눈물 젖은 두만강’‘아리랑 고개’‘작별’‘락화유수’‘동무생각’ 등 민족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계몽기 가요를 메들리로 들려줬다.
2005년 평양 단독콘서트를 열었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친구여’와 ‘모나리자’를 선사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공연에선 남북 예술인들이 총 27곡을 들려줬으며 그중 5곡을 남북 가수가 함께 소화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추영준 기자 yjch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