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전 국민을 놀라게 한 인질극이 벌어진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 정문 앞. 취재진 앞에 선 이 학교 교장은 쉽게 잘못을 시인했다. 순간 의아했다. 평소 교육현장에서 봐온 학교들의 무성의한 태도와 너무 달랐다. 기자가 목격한 대부분의 학교는 작은 잘못이라도 감추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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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부모들 하루 전 교내 인질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앞에서 3일 학부모들이 자녀가 교문 안에 들어선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
학교보안관이 교육부 매뉴얼인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지 않은 채 인질범의 말만 믿고 그냥 들여보낸 건 잘못이다. 매뉴얼은 학교 방문자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방문기록을 남기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마터면 어린 학생들의 생명이 위험할 뻔했던 사건의 책임을 학교보안관에게만 떠넘기는 게 온당한 걸까.
그가 매뉴얼대로 했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아서다. 인질범이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기록을 남겼다고 해도 학교에 진입한 이상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 매뉴얼 자체가 허술하기 짝이 없고,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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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부모들 하루 전 교내 인질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앞에서 3일 학부모들이 등교하는 자녀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
끊이지 않는 외부인의 학교 침입 사건으로 불안에 떠는 학부모들도 학교보안관 개인의 실수보다 학교의 책임 떠넘기기식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다. 사건 당일 방배초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학교도 인질극 상황을 학부모에게 뒤늦게 알리는 등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보안관에게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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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사회부 기자 |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을 학교가 책임지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비난의 화살을 특정 개인에게 퍼부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보다 더욱 중요한 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교육·행정 당국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학교 안전망을 튼튼하게 하는 일이다. 더 이상 학교에서 끔찍한 광경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김주영 사회부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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