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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방배초 인질극’은 보안관만 실수?… 문제는 허술한 매뉴얼

입력 : 2018-04-03 19:26:15 수정 : 2018-04-03 23: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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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지침대로 신분 확인했어도 / 사실상 인질범 범행 막기 힘들어 / 온라인서도 보안관 옹호 의견 많아 / 부모에 내부 상황 늦게 알리는 등 / 학교 측 우왕좌왕 대응도 비판 일어 / 책임 가리기보다 제도 보완 중요 “(학교가) 매뉴얼을 어긴 걸 인정하시는 거네요?”

“네.”

전 국민을 놀라게 한 인질극이 벌어진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 정문 앞. 취재진 앞에 선 이 학교 교장은 쉽게 잘못을 시인했다. 순간 의아했다. 평소 교육현장에서 봐온 학교들의 무성의한 태도와 너무 달랐다. 기자가 목격한 대부분의 학교는 작은 잘못이라도 감추기에 급급했다.
불안한 부모들 하루 전 교내 인질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앞에서 3일 학부모들이 자녀가 교문 안에 들어선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착각이었다. 방배초 교장과의 인터뷰가 길어질수록 잘못의 ‘주체’가 학교가 아닌 ‘학교보안관’으로 좁혀졌다. 교장은 말할 때마다 “저희(학교) 보안관이”를 입에 달았다. 학교 측은 “인질범이 졸업생이라고 주장한 데다 젊었기 때문에 보안관이 신분증 제출 등 출입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학교보안관이 교육부 매뉴얼인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지 않은 채 인질범의 말만 믿고 그냥 들여보낸 건 잘못이다. 매뉴얼은 학교 방문자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방문기록을 남기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마터면 어린 학생들의 생명이 위험할 뻔했던 사건의 책임을 학교보안관에게만 떠넘기는 게 온당한 걸까.

그가 매뉴얼대로 했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 같아서다. 인질범이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기록을 남겼다고 해도 학교에 진입한 이상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 매뉴얼 자체가 허술하기 짝이 없고,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불안한 부모들 하루 전 교내 인질극이 벌어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앞에서 3일 학부모들이 등교하는 자녀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자기 식구’가 아닌 학교보안관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학교보안관은 신분 자체가 애매하다. 학교장이 직접 고용하지만, 임금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급한다. 관련 업무 지침과 현황 등도 지자체가 관리한다. 사실상 교직원보다는 지자체의 계약직에 가깝다.

끊이지 않는 외부인의 학교 침입 사건으로 불안에 떠는 학부모들도 학교보안관 개인의 실수보다 학교의 책임 떠넘기기식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다. 사건 당일 방배초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학교도 인질극 상황을 학부모에게 뒤늦게 알리는 등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보안관에게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사회부 기자
3일 다시 찾은 학교 주변은 전날의 충격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자녀의 손을 꼭 잡고 등굣길을 함께 한 학부모들은 자녀가 교문으로 들어선 뒤에도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일부 학부모는 위축된 표정의 학교보안관을 향해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힘내세요”라고 격려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안을 학교가 책임지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비난의 화살을 특정 개인에게 퍼부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보다 더욱 중요한 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교육·행정 당국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학교 안전망을 튼튼하게 하는 일이다. 더 이상 학교에서 끔찍한 광경이 벌어지지 않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김주영 사회부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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