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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예견된 ‘쓰레기 대란’…‘분리수거’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 2018-04-02 18:39:05 수정 : 2018-04-03 00: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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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포장재 재생 질 떨어뜨려 … 접착제 사용도 ‘골치’ / 페트병 96% 재활용 어려운 2∼3등급 / 정부 1등급 인센티브에도 기업 외면 / 日, 무색 페트병만… 인쇄도 금지시켜 / 프랑스선 색 입히면 기업에 분담금 / “생산·소비 패턴 모두 변화 일어나야”
2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 재활용 폐기물 수거를 둘러싸고 밖에서 벌어지는 ‘쓰레기 대란’과 아무 상관없다는 듯 마트 진열대에는 형형색색의 포장재를 ‘곱게 차려입은’ 물건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환경을 위해 조금이나마 포장지가 적은 물건을 고르겠다는 고객의 시선까지 끌어보겠다는 듯한 모습이다.

페트병의 ‘향연’이 펼쳐진 음료수 코너. 열대지역의 이미지를 앞세운 한 과일주스는 형광핑크, 형광그린 등 과일을 상징하는 화려한 색의 페트병(PET)에 담겨 있다. 불투명 페트병은 재생 시 품질을 떨어뜨린다. 병에 직접 인쇄된 상품명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의 ‘탄소발자국’ 성적표지를 달고 있는 소주 페트병은 폴리스틸렌(PS) 재질의 라벨이 스티커처럼 달라붙어 있다. 분리 자체가 어렵고 어렵게 떼낸다 하더라도 죽처럼 되어 배수구를 막을 수 있다.

재활용품 분리 작업 일부 재활용업체의 폐비닐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로 전국에 걸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2일 오후 서울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재활용품을 분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라면 코너는 일회용 포장재 사용량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라면을 비닐봉지에 담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4+1’, ‘5+1’처럼 묶음판매 행사상품으로 나오는 것이 많다 보니 비닐 위에 비닐이 또 감싸는 이중포장이 대부분이다. 컵라면 용기는 많은 이들이 ‘재활용’ 품목으로 오해하기 쉽다. 요즘엔 종이컵처럼 바깥은 종이, 안쪽은 폴리에틸렌(PE) 코팅이 된 컵라면 용기가 많다. 조리하지 않은 용기라면 1회용 커피컵이나 우유팩처럼 버리면 된다. 그러나 수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프나 양념 물이 용기에 배어 든 용기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과일·야채코너는 물론 친환경 식자재가 모인 곳도 쌈 채소와 과일 몇 가지를 빼면 모두 비닐 포장된 상태였다.

환경부는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등급을 매겨 1등급으로 개선할 경우 제조사가 부담해야 하는 포장재 분담금의 5∼2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들이 나몰라라 외면하고 있다. 2일 임이자 의원(자유한국당)이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조사한 페트병 15만6401개 가운데 15만844개(96.4%)가 재활용이 어려운 2∼3등급이었다. 1등급을 받은 건 2744개(1.8%)에 불과했다.
2∼3 등급은 마트에서 살펴본 것처럼 뚜껑과 라벨이 페트병 본체에서 분리가 잘 안 되거나 색이 짙어 재활용하기 어려운 경우다. 정부는 2011년 페트병을 무색으로 통일하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의무화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대신에 1등급 제품 제조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했는데, 앞으로 등급에 따라 기업이 내는 분담금도 차등화하고, 기술적으로 1등급 제조가 가능한데도 지키지 않으면 직접 제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환경부 고시에 따라 제조사는 포장재 재질에 대해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6년 심의를 받은 제품은 0.09%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다.
외국은 어떨까. 일본은 무색 페트병만 만들도록 하고, 쉽게 골라내기 어려운 금속마개나 잘 떨어지지 않는 접착제(비수용성 접착제)는 사용을 금지했다. 페트병에 직접 제품명 등을 인쇄하는 것도 금지 대상이다.

프랑스에서는 적색과 오렌지색, 분홍색 페트병을 만들지 못한다. 재활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재질을 쓰면 기업 분담금이 각각 50%, 100% 할증된다. 독일도 포장재별 재활용 가능 비율을 제품에 붙여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페트병에 담긴 물을 사 마신다거나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가 확산하면서 일회용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생산과 소비 패턴에 모두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지로·남혜정·이현미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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