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트병의 ‘향연’이 펼쳐진 음료수 코너. 열대지역의 이미지를 앞세운 한 과일주스는 형광핑크, 형광그린 등 과일을 상징하는 화려한 색의 페트병(PET)에 담겨 있다. 불투명 페트병은 재생 시 품질을 떨어뜨린다. 병에 직접 인쇄된 상품명도 마찬가지다. 환경부의 ‘탄소발자국’ 성적표지를 달고 있는 소주 페트병은 폴리스틸렌(PS) 재질의 라벨이 스티커처럼 달라붙어 있다. 분리 자체가 어렵고 어렵게 떼낸다 하더라도 죽처럼 되어 배수구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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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분리 작업 일부 재활용업체의 폐비닐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로 전국에 걸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 2일 오후 서울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재활용품을 분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일반적인 과일·야채코너는 물론 친환경 식자재가 모인 곳도 쌈 채소와 과일 몇 가지를 빼면 모두 비닐 포장된 상태였다.
환경부는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등급을 매겨 1등급으로 개선할 경우 제조사가 부담해야 하는 포장재 분담금의 5∼2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회사들이 나몰라라 외면하고 있다. 2일 임이자 의원(자유한국당)이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조사한 페트병 15만6401개 가운데 15만844개(96.4%)가 재활용이 어려운 2∼3등급이었다. 1등급을 받은 건 2744개(1.8%)에 불과했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대신에 1등급 제품 제조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했는데, 앞으로 등급에 따라 기업이 내는 분담금도 차등화하고, 기술적으로 1등급 제조가 가능한데도 지키지 않으면 직접 제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환경부 고시에 따라 제조사는 포장재 재질에 대해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6년 심의를 받은 제품은 0.09%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다.

프랑스에서는 적색과 오렌지색, 분홍색 페트병을 만들지 못한다. 재활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재질을 쓰면 기업 분담금이 각각 50%, 100% 할증된다. 독일도 포장재별 재활용 가능 비율을 제품에 붙여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윤지로·남혜정·이현미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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