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를 위해 식당 메뉴 하나를 할애하는 것은 지나친 배려 같아요”
서울대가 학생식당에 할랄 메뉴를 처음 도입한 2일 학교가 준비한 할랄식은 30분 만에 동났다. 새로운 메뉴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 내국인 학생들이 호기심에 식당을 찾았고 정작 무슬림 학생들이 할랄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동안 기숙사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해왔다는 인도출신 대학원생 아흐마드 투파일(30)은 “할랄식당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지만 헛걸음을 했다”며 “다음에는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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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점심시간에 서울대 구내 감골식당을 찾은 학생들이 ‘할랄 음식이 품절됐다’는 안내를 보고 아쉬워하고 있다. 이날 할랄 음식은 오전 11시30분 개점 후 30분 만에 동이 났다. 안승진 기자 |
서울대는 학교에 재학 중인 무슬림 학생들이 음식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자 지난 3월 초 학내 식당중 하나인 감골식당에 할랄 메뉴 도입을 결정했다. 현재 서울대는 무슬림 재학생 수를 185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지난해 자체설문 결과 무슬림 학생 98명 중 73명(74.5%)이 음식을 애로사항으로 꼽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슬림 학생이 서울대 총 재적학생 2만1004명 중 1%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문화적 다양성’을 이유로 메뉴를 도입하는 게 맞는 지에 대해 학교 내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사회학과 김윤교(20)씨는 “무슬림도 아닌데 평소에 할랄음식을 많이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며 “차라리 더 많은 학생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개발하는 게 학생복지 측면에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 1%를 위해 식당 메뉴 하나를 할애하는 것이 지나친 배려라는 것이다. 반면 대학원생 이준희(32)씨는 “서울대 내 식당이 여러 곳인데 각각 메뉴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음식도 문화인데 1%를 위해 하나는 변할 수 있지 않나”고 할랄 푸드 도입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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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서울대 구내 감골식당이 할랄 메뉴로 선뵌 레바논식 양고기 샤미케밥. 안승진 기자 |
서울대 관계자는 “국내에서 할랄 식재료를 따로 생산하지 않다 보니 이태원등지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재료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현재 50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식재료와 관리비를 따져보면 복지차원에서 적자로 운영되는 메뉴”라고 말했다. 국내 대학에선 5년 전 한양대가 할랄푸드 식당을 도입한 이후로 세종대, 이화여대, 선문대, 경희대 등이 동참했지만 낮은 수요로 식당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선문대는 예산문제로 지난해부터 할랄식당 운영을 중단했다.
서울대에서 식당 위탁을 받은 업체 관계자는 “할랄 음식 자체는 적자지만 일반 학생을 위한 다른 메뉴도 함께 대접하고 있으니 운영을 맡은 것”이라며 “오늘은 처음이라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80~100명 정도 수요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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