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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오역기, 잊어달라”… 세상 바꾼 번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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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4 18:00:00 수정 : 2018-03-24 16: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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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절 번역서 문장 이해로 향상 / 선택 폭 커지고 문화장벽 없애
독일의 축구선수 토마스 뮬러는 2014년 1월1일 새해를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각 나라의 언어로 인사했다. 그의 한국어 인사는 ‘기쁜 새로운 년’이었다. 자칫 욕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는 ‘Happy New year’의 오역이다.

한 가게에는 번역이 잘못된 영어 표지판이 붙었다. ‘화장실은 매장 오른쪽’이라는 표시 밑에 ‘A Toilet buries your right’라는 영어가 적혀 있는 것이었다. 이는 ‘화장실이 당신의 권리를 매장한다’라는 의미다. ‘가게’를 뜻하는 단어 ‘매장’을 영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땅속에 묻다’로 잘못 번역한 것이다.

번역기는 오역의 상징이었다. 부자연스러운 문장을 보면 ‘번역기 돌렸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번역기의 위상이 달라졌다.

2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인공신경망 기술과 학습기능인 딥러닝이 더해지면서 번역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됐고 번역도 매끄러워졌다.

그동안 번역기는 음절을 번역해 왔다. 그래서 ‘육회’를 ‘Six Times’로, ‘영문을 모르겠다’를 ‘I do not know English’로 인식했다.

하지만 번역기가 문장을 통째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번역을 학습하면서 맞는 단어를 알맞게 골라준다. 이제 ‘육회’를 ‘raw beef’로, ‘영문을 모른다’를 ‘I do not know why’로 정확히 바꾼다. 또 구글번역으로 대표되던 번역기 시장에 국내업체들도 뛰어들면서 이용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이제 ‘육회’를 ‘raw beef’로, ‘영문을 모른다’를 ‘I do not know why’로 정확히 바꾼다. 또 구글번역으로 대표되던 번역기 시장에 국내업체들도 뛰어들면서 이용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진화하는 번역기 탓에 캠퍼스의 풍경이 확 달라졌다. 외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원문을 번역하는 데 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됐다. 그동안 대학생들은 원서를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조를 짠 뒤 교재의 챕터(장)를 나눠 번역하고 이를 합쳐 하나의 번역본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텍스트를 입력하고 번역버튼만 누르면 작업은 끝난다.

러시아학과에 재학 중인 한 대학생은 “번역기가 없다고 생각하면 막막할 것”이라며 “글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속도가 높아져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네티즌의 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중국선수 판커신이 최민정을 밀었다는 판정이 나오자 중국 네티즌이 한국어로 번역된 악플을 최민정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적어 올렸다. 한국 네티즌은 중국인이 남긴 댓글에 중국어로 반박하며 대응했다.

버락 투로프스키 구글 번역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총괄은 “번역기술의 도입은 세계 방방곡곡의 사람이 편하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국적과 사용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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