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교 3학년(6번째 학기)에 재학 중인 A(27)씨는 조기졸업을 고민 중이다.
한 학기만 더 채우면 학교가 요구한 최소 등록 학기를 만족하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도 모두 채우는 데다가 나름 노력한 덕분에 평점도 높아 조기졸업 신청만 하면 요건을 통과할 수 있어서다.
A씨는 “굳이 한 학기 등록금을 더 내면서까지 8학기를 채워야 하는 이유를 몰라서 조기졸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난 탓에 졸업유예로 학교에 머무는 사람들을 이따금 볼 때는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조기졸업은 최소 등록 학기와 이수학점 그리고 평점 요건 등을 충족하면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는 제도며, A씨처럼 일반 조기졸업도 있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을 위한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
조기졸업을 시행하는 학교는 최소 6~7학기를 등록(일부는 4학기)하고 평점 기준을 충족한 학생에게 신청자격을 부여하며, 심사를 거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기준을 만족한 학생의 졸업을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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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캠퍼스를 걷는 대학생.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세계일보 DB. |
6학기를 이수하고 대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B(25)씨도 조기졸업 고민에 빠졌다.
학사경고 같은 걸림돌이 없어서 앞선 A씨처럼 신청만 하면 문제없이 문을 통과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로 등록금 일부를 부담했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집에 부담 주기 싫고 얼른 사회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B씨에게 작용했다.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등록금 부담은 이들이 조기졸업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할 때야 비로소 조기졸업의 본질적인 위력이 발휘된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사회 분위기로 볼 때 졸업생보다 재학생 위치에서 취업 준비가 더 낫고, 일반화는 어렵지만 평점 달성에 급급해 학교생활 했다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조기졸업 단점으로 지목된다.
세계일보가 23일 서울의 대학교 2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월 기준으로 총 4400명이 졸업한 A대학의 조기졸업자는 49명이며, B대학은 28명(졸업자 수는 미공개, 조기졸업 신청자와 통과자 동일)으로 집계됐다. C대학은 자료를 주기로 했으나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졸업생 수에 얼마간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약 1%가 조기졸업을 선택한 셈이다.
한편 김재춘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과거 ‘조기졸업제,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각 대학이 매우 엄격한 조기졸업 규정을 내세운다고 주장했다.
까다로운 조기졸업 규정을 충족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면서 그는 △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각 대학이 학생들의 조기졸업을 그다지 반기지 않으며 △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게 과연 옳은지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고 △ 선의로 해석하려 해도 조기졸업 규정이 교육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 조기졸업 활성화를 위해 평점 기준을 낮추고 △ 성적 외의 조건은 최소한으로 제시하며 △ 조기졸업에 따른 등록금수입 결손이 생긴다면 정원 외 입학 T/O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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