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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캠퍼스 약 1%의 선택…'조기졸업'

입력 : 2018-03-24 08:00:00 수정 : 2018-03-22 12: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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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 3학년(6번째 학기)에 재학 중인 A(27)씨는 조기졸업을 고민 중이다.

한 학기만 더 채우면 학교가 요구한 최소 등록 학기를 만족하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도 모두 채우는 데다가 나름 노력한 덕분에 평점도 높아 조기졸업 신청만 하면 요건을 통과할 수 있어서다.

A씨는 “굳이 한 학기 등록금을 더 내면서까지 8학기를 채워야 하는 이유를 몰라서 조기졸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난 탓에 졸업유예로 학교에 머무는 사람들을 이따금 볼 때는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조기졸업은 최소 등록 학기와 이수학점 그리고 평점 요건 등을 충족하면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는 제도며, A씨처럼 일반 조기졸업도 있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을 위한 제도도 마련되어 있다.

조기졸업을 시행하는 학교는 최소 6~7학기를 등록(일부는 4학기)하고 평점 기준을 충족한 학생에게 신청자격을 부여하며, 심사를 거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기준을 만족한 학생의 졸업을 허용한다.

 

한겨울 캠퍼스를 걷는 대학생.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세계일보 DB.


6학기를 이수하고 대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B(25)씨도 조기졸업 고민에 빠졌다.

학사경고 같은 걸림돌이 없어서 앞선 A씨처럼 신청만 하면 문제없이 문을 통과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로 등록금 일부를 부담했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집에 부담 주기 싫고 얼른 사회로 나가고 싶은 마음도 B씨에게 작용했다.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등록금 부담은 이들이 조기졸업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할 때야 비로소 조기졸업의 본질적인 위력이 발휘된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사회 분위기로 볼 때 졸업생보다 재학생 위치에서 취업 준비가 더 낫고, 일반화는 어렵지만 평점 달성에 급급해 학교생활 했다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조기졸업 단점으로 지목된다.

세계일보가 23일 서울의 대학교 2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월 기준으로 총 4400명이 졸업한 A대학의 조기졸업자는 49명이며, B대학은 28명(졸업자 수는 미공개, 조기졸업 신청자와 통과자 동일)으로 집계됐다. C대학은 자료를 주기로 했으나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졸업생 수에 얼마간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약 1%가 조기졸업을 선택한 셈이다.

한편 김재춘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과거 ‘조기졸업제,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각 대학이 매우 엄격한 조기졸업 규정을 내세운다고 주장했다.

까다로운 조기졸업 규정을 충족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면서 그는 △ 한 가지 가능한 해석은 각 대학이 학생들의 조기졸업을 그다지 반기지 않으며 △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는 게 과연 옳은지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고 △ 선의로 해석하려 해도 조기졸업 규정이 교육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 조기졸업 활성화를 위해 평점 기준을 낮추고 △ 성적 외의 조건은 최소한으로 제시하며 △ 조기졸업에 따른 등록금수입 결손이 생긴다면 정원 외 입학 T/O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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