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패션행사인 2018 봄· 여름(S/S)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 ‘베스트 신진 디자이너’에 선정된 이한철(41)씨를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는 19일부터 시작되는 2018 가을· 겨울(F/W) 헤라서울패션위크 서울컬렉션과 다음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텐소울(10 SOUL) 팝업전 준비로 며칠째 밤잠을 설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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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헤라서울패션위크 S/S 베스트 신진 디자이너’로 선정돼 활동하고 있는 이한철 디자이너. 그는 “시대정신이 깃든 20대를 위한 가장 트랜디한 작품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
그는 “겨울이 오면 자연스럽게 두꺼운 코트를 찾는 것처럼 시간과 관계없는 옷보다는 트렌디한, 그러면서도 시대상을 반영한 옷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남성복 브랜드 ‘HCL’을 설립한 뒤 2017 S/S 제너레이션 넥스트 패션쇼 데뷔를 시작으로 국내외 바이어들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는 국내 남성복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패션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대학에서 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뒤 3년 과정의 SADI(삼성디자인교육원)에 입학하면서부터입니다.”
SADI에 재학하면서 각종 공모전에 입상하는 등 그는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SADI 졸업식에서는 최고 영예인 ‘올해의 학생’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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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디자이너는 전통과 혁신, 본능과 우아함 등 상반된 개념을 기술적으로 접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2018 헤라서울패션위크 S/S’에서 열린 이한철 디자이너의 패션쇼. |
2010년에는 일본 최대 국제공모전으로 불리는 ‘뉴 디자이너 패션 그랜드 프릭스’에서 2등인 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이 대회에는 51개국에서 1만1400점의 작품이 출품돼 본선에는 30명만이 진출했다. 그는 ‘더 네이티브 아메리칸 클래식(The Native American Classic)’이라는 주제로 미국 문화의 경쾌함과 그래픽적 요소를 미국 인디언들의 민속적 문양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패딩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타임의 유일한 남성 디자이너였던 그는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입사 2년 만에 퇴사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왕립예술대학에 진학했다.
“영국에서는 책에서나 보던 유명 디자이너들로부터 배우고 함께 토론하면서 내재된 재능을 표출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직장 상사처럼 행동하는 한국의 선생님들과 달리 학생들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교수님들과 자유스런 학교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013년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인공모전인 ‘이츠’(ITS: International Talent Support) 우승과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가 선정하는 ‘보그 탤런트상’을 함께 수상했다.
“디자인공모전 이츠는 전년도 우승자가 심사위원이 되는 것은 물론, 소규모 패션쇼를 무대에 올리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일 년간 독자적으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 무대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활동하다 ‘단독으로 구성한 패션쇼를 하고 싶다’는 열망에 자신의 이름을 딴 ‘한철리’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2017 봄·여름 시즌부터 헤라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하고 있다.

그래서 “고급 남성복의 보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전통과 혁신, 본능과 우아함, 남성성과 여성성 등의 상반된 개념을 기술적으로 접목해 ‘세미 쿠튀르 브랜드’를 선보였다”(패션비즈·2015)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최근 들어서 20대 남성 패션에 집중하고 있다. “경제력을 가진 성인이 남성 패션 트렌드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패스트패션 열풍으로 패션의 중심이 10대 후반~20대 초반으로 옮겨 왔습니다. 여기에 맞춰 제 디자인도 진화해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나오느냐는 질문에 “디자인에 대한 큰 영감을 받는다기보다는 영화나 길거리 등 일상에서 보았던 사물의 형상을 기억해두고 있다가 작업과정에서 이를 의상에 접목하려 한다”면서 “과거에 했던 작업의 기억을 떠올려 이를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늘 변화를 추구하며 젊은이들과 소통하려는 그의 최신 패션 경향은 헤라서울패션위크가 열리고 있는 서울 동대문프라자에서 22일 10시에 만날 수 있다.
류영현 선임기자 yhry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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