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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조지 오웰의 사유와 비판

입력 : 2018-03-10 03:00:00 수정 : 2018-03-09 22: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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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대전과 이념의 격변기 속에 살았던/ 기자로서의 조지 오웰 글 57편 선별/ 기사·칼럼·기고문 통해 그의 철학 엿봐
조지 오웰 지음/김영진 엮음/한빛비즈/1만7000원
더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조지 오웰 지음/김영진 엮음/한빛비즈/1만7000원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카를 마르크스는 시대를 대표하는 명저의 작가이자 뛰어난 저널리스트였다. 이들은 저널리스트로서 당시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전쟁의 참상을 기록했으며 직접 전투 현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전쟁과 평화, 여성과 윤리, 자본과 가난 등을 주제로 한 글쓰기에 몰두해 정력적인 필력을 과시했다. 놀라운 것은 당시 이들이 던진 이슈들이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과연 ‘가난한 자의 아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지 않는 사회를 이뤘는가? 여성은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가? 언론은 휘둘리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이 책에는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조지 오웰(1903∼1950)의 신문기사와 칼럼, 기고문 중에서 그의 철학이 제대로 드러난 글 57편이 실렸다. 오웰은 현실의 삶과 사회문제 속에서 글쓰기 소재를 찾는다.

그의 대표작 ‘동물농장’과 ‘1984’는 당시 사회를 위협하던 전체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 명저로 꼽힌다. ‘1984(하빌 세커 출판사 1949년 출간)’는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성을 지키려는 한 남자를 그린 소설이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에는 자신이 겪은 밑바닥 체험을 그대로 담았다. 

영국의 신문기자로 명성을 날린 조지 오웰은 대표작 ‘동물농장’과 ‘1984’를 통해 당시 세계를 위협하던 전체주의 풍토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아가 인간성 회복과 자유를 추구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히 오웰은 전체주의가 극성에 달할 시기를 1984로 상정해 소설을 썼다. 출간 당시부터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소설은 ‘오웰리언’ ‘빅 브러더’와 같은 관련 용어가 사전에 등재되고, 영화와 음악 등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수없이 인용되면서 후대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84’는 전 세계 65개국 언어로 번역된 진정한 의미의 고전으로 읽힌다.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도 1984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이다.

오웰은 말한다. “이런 시대에 살면서 전체주의나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해 글을 쓰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오웰은 영국 일간지 ‘트리뷴’ 기자로 있으면서 1차,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었다. 파시즘과 자본주의, 사회주의가 뒤섞여 요동치던 시대에 태어난 오웰은 끊임없이 영국의 제국주의를 성찰하고 자본주의를 경계하는 글을 썼다.

오웰은 “어딘가 존재하는 거짓말을 폭로하고,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사실을 조명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했다.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늘 검증된 자료와 사실 여부 확인을 중요시했다. 그의 저널리스트 시각은 항상 비판적이었지만, 그렇다고 냉소로 비웃는 것은 아니었다. 헤밍웨이가 인간의 위선과 추악한 전쟁의 이면을 강조했다면, 오웰은 사회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며 지식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대중에게 객관적 진실이 충분히 제공되는 것으로도 편견과 혐오, 오판을 줄일 수 있다고 믿었다. 피가 쏟아지는 전쟁터보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거짓말과 독선이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오웰은 그릇된 프로파간다가 인간을 말살하게 만드는 과정에 주목했다. 오웰의 지적은 오늘날 그릇된 허위 언론에 의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듯하다. 그러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조명하려 애썼다.

한편, 한국 내 군사정권 시기에는 동물농장이나 1984를 반공 이데올로기의 방편으로 이용되며, 일부 오독되기도 했다. 오웰은 작품에서 전체주의를 비판하면서 인간성 회복과 자유를 추구한 것이다.

저널리스트 오웰의 기자적 시각은 굴곡진 생애를 통해 다져지고 응축되었다.

그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er Blair). 1903년 6월 25일 인도 벵골주 모티하리에서 하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8세 때 사립학교에 들어갔으나 상류층 아이들 틈에서 심한 차별을 맛봤다. 장학생으로 들어간 이튼스쿨에서도 계급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1922년부터 5년간 미얀마에서 영국 경찰로 근무했다가 심한 회의를 느낀다. 곧바로 경찰에서 퇴직하고 파리로 건너가 작가 수업을 쌓았다. 파리와 런던에서 부랑자 생활도 했다. 이를 토대로 1933년의 첫 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썼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도 참가했다. 그 체험을 기록한 1936년 ‘카탈로니아 찬가’는 뛰어난 기록 문학으로 평가된다. 1945년에는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을 우화로 그린 ‘동물농장’으로 일약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그해 아내를 잃고 자신도 지병인 폐결핵 악화로 병마에 시달리다 1950년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자신에게 진실하고 성실했던 저널리스트 조지 오웰은 지금도 큰 울림을 준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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