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국회의원, 정무장관, 헌정회장을 지낸 신경식(80) 육아방송 회장 삶의 궤적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23일 여의도 회장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의 인생사를 솔직담백하게 털어놨다. 그의 인생 좌우명은 ‘7부 능선’이다. 그 이상을 넘보지 않으며 7부 능선에서도 할 일이 많다는 게 그의 철학이며 가치관이다.
신 회장은 “7부 능선에 만족하는 삶을 추구해왔다”며 “7부 능선엔 적이 별로 없다. 더 나아가려면 상대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내성적인 내 성격과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음을 비운다고 말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며 “자제력만 가지고는 어렵다. 어느 정도 타고나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신 회장은 2008년에 ‘7부 능선엔 적이 없다’는 제목의 회고록을 발간했다. 신문기자로 10년, 국회의원을 16년 하며 언론과 정계에서 직접 보고 겪은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이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묶은 것이다. 신 회장은 “국가를 움직이는 거물급, 정치인들의 애교스러운 실수나 재치, 해학적이며 날카로운 언행을 모아 출간했다”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 8판까지 찍었다. 뜻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평소 모나지 않은 성품과 성실성으로 입법부 수장과 정당 지도자의 비서실장이란 중책을 5차례나 맡은 이유를 물었다.
신 회장은 “우리나라 정치세력은 1961년 이후 영호남으로 양분됐고 그 고장 출신 지도자는 양쪽의 화합을 위해 지역색이 없는 사람을 측근으로 선호했다”며 “충청도에서 태어나고 온건한 성격과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정치 색깔이 발탁 배경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군 출신인 정일권 전 국회의장을 한 차례, 정치인 김영삼 전 대통령을 두 차례, 대법관을 지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두 차례 각각 모셨다”며 “출신 배경과 성격 등이 전혀 다른 세 분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임명장을 받을 때마다 망설였고 당황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가장 존경하는 분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정 전 의장”이라며 “그분은 면전에 사람이 있든 없든 절대로 남을 나쁘게 말하지 않았고, 매사에 빈틈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또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을 각각 6년7개월, 6년간 재직하고, 34세에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정 전 의장은 ‘관운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그러나 국가 요직을 장기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운도 따랐지만 무엇보다 부단한 노력과 인격적으로 훌륭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이 전한 일화다. 정 전 의장은 총리 시절 모 언론사 사장과 저녁 자리에서 그 회사 출입기자를 거명하며 “예의 바르고 기사도 잘 쓴다”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한 사장은 말석에 있는 해당 기자 이름을 부르며 전날 정 전 총리와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무척 흐뭇해했다고 한다. 총리직을 수행하며 딱 한번 비판 기사가 신문 가십란에 실렸을 만큼 적이 없었고 언론과의 관계도 좋았던 분으로 신 회장은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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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식 육아방송 회장은 지난달 23일 여의도 회장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7부 능선에 만족하는 삶을 추구해왔다”며 “7부 능선엔 적이 별로 없다. 더 나아가려면 상대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내성적인 내 성격과는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제원 기자 |
신 회장은 “나라의 안보를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국제문제로 번졌고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우리의 외교가 매우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전쟁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이를 막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중국이 어떠느니 동맹이 어떠느니 북한 핵실험이 어떠느니 할 때마다 국민은 불안하다. 이런 불안감 해소와 해결은 국회와 정부의 몫”이라며 “이 어려운 상황을 잘 풀어 국민이 마음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과거 진보진영은 보수정권 시절에 국정운영이 우편향으로 치우친다며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제는 한쪽 날개에만 힘이 들어가고 다른 한쪽은 약해 양 날개로 날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어느 특정 세력이 만든 나라가 아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땀과 피를 흘린 국민이 없었으면 오늘의 발전은 불가능했다”며 “선대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키워온 이 나라를 후진들이 잘 이끌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헌법개정과 관련해 “개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어느 정파의 정책이나 이해득실보다는 나라가 안정되고 부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발전시킨 양대 축인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이어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가 마련한 개헌안 초안에 헌법 전문과 제4조에 있는 ‘자유’를 삭제한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한동안 혼란스러웠다”며 “기업경영 보장과 노동유연성 강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개헌은 시한을 정해놓고 촉박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 아니다”며 “여야가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해야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 대한 고언도 서슴지 않았다.
신 회장은 “매번 선거 때마다 치열한 경쟁을 치른 후 ‘다음엔 그만두어야지’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것이 정치인의 속성”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보다 금품선거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은 것 같다”며 “나라의 발전과 장래는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유권자는 투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또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이어야 한다”며 “정치인은 낮이나 밤이나 국가의 앞날이 자신들의 어깨에 걸렸다는 점을 명심하고 나보다는 사회, 사회보다는 국가를 위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후배 정치인에게 충고를 했다.
신 회장은 “전직 대통령이 줄줄이 죄인이 되는 부끄러운 일은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때가 와야 진정으로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언론에도 한마디를 했다.
그는 “언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며 “한 사람의 올곧은 언론인이 100명의 부패한 권력보다 낫다”는 말로 언론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요즘 언론은 너무 양분된 느낌을 받는다. 바람직하지 않다”며 언론의 공정성을 기대했다.
육아방송에서의 역할이 궁금했다.
신 회장은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인 고민이며 우리나라는 상황이 심각하다. 나무가 없는 숲처럼 아이가 없는 사회는 희망이 사라진 사회”라며 “육아방송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출산 분위기를 조성하고 행복한 출산, 올바른 육아법을 알려주는 국내 유일의 방송으로서 임신·출산·유아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매주 월요일 회의를 주재해 기사로서 가치가 있는 현안과 시청률 등을 점검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는 매년 300여개 케이블 방송사 가운데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9개사를 공익방송으로 선정한다. 육아방송은 11년 연속 공익방송으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언론인, 국회의원에 이어 공익방송사 회장으로서 ‘인생 3모작’에 나선 그는 “내 인생의 모든 견문은 신문기자 생활에서 비롯됐다”며 “정치생활을 오래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취재현장을 밤낮없이 뛰어다니며 익힌 올바른 판단과 신속한 결정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의 장래가 달린 출산 문제를 언론에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현장을 떠난 그는 요즘 뉴스에 시시각각 매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신문 정치면을 빼지 않고 읽는다고 한다.
국회와 행정부, 정당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원내총무(원내대표)는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원내총무를 할) 기회가 왔을 때 당시 이회창 총재에게 출마 의사를 밝혔더니 ‘대통령 선거는 누가 치러’라고 만류해 뜻을 접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한나라당 대선 기획단장을 맡아 핵심 역할을 했다.
빠른 걸음걸이는 여전했다.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노트북으로 2시간가량 독서하고 실내에 설치한 철봉에 5분 정도 매달리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건강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 회사에서 연희동 집까지 종종 걸어서 퇴근하는데 50여분 걸린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자신을 4차례나 신임해준 과거 지역구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신경식 회장은…
△충북 청원 출생(1938) △청주고,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명예문학박사(충북대) △대한일보 정치부장, 국회의장 비서실장, 우련통운 회장 △13∼16대 국회의원 △정무제1장관, 김영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 겸 대변인 △국회 문화체육공보위원회 위원장, 국회 월드컵유치 특위 위원장 △민주자유당 대표 비서실장, 신한국당 총재 비서실장,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 한나라당 명예총재 비서실장 △한나라당 사무총장, 대통령 선거 기획단장 △대한민국헌정회 회장·부회장·원로위원 △한일친선협회 부회장 △육아방송 대표이사 회장(현)
△충북 청원 출생(1938) △청주고,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명예문학박사(충북대) △대한일보 정치부장, 국회의장 비서실장, 우련통운 회장 △13∼16대 국회의원 △정무제1장관, 김영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 겸 대변인 △국회 문화체육공보위원회 위원장, 국회 월드컵유치 특위 위원장 △민주자유당 대표 비서실장, 신한국당 총재 비서실장,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 한나라당 명예총재 비서실장 △한나라당 사무총장, 대통령 선거 기획단장 △대한민국헌정회 회장·부회장·원로위원 △한일친선협회 부회장 △육아방송 대표이사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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