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군인 외박

군인을 잘못 건드려 해산까지 당한 중국 조폭의 최후를 담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배꼽을 잡은 기억이 있다. 중국인민해방군 제27군 총사령관이자 베이징 수도권 부대 참모장인 친웨이장은 친구와 함께 조폭이 운영하는 호텔 ‘진붜판’ 사우나에 갔다가 실수로 유리컵을 깨뜨렸다. 친웨이장이 10위안(약 1700원)짜리 컵값으로 50위안을 주겠다고 하자 조폭들은 100위안을 요구했다. 터무니없는 바가지로 옥신각신하다 조폭들이 500위안을 요구하면서 호텔을 나가지 못하게 하자 친웨이장은 1000위안을 주고서야 겨우 풀려났다. 화가 난 총사령관은 부대로 돌아가 특전사 400명에게 삽과 곡괭이로 ‘무장’시키고 100명은 실탄 장전토록 해 출동명령을 내린 뒤 호텔을 모두 때려부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조폭 두목은 줄행랑을 쳤다.

2011년 강원도 양구에서 외박나온 군인 2명이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로 이 지역 고교생 10명에게 폭행당해 양구군이 발칵 뒤집힌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분노한 지역 2개 사단장이 전 장병의 지역 외출과 외박을 금지시키고 휴가자는 군 차량으로 터미널까지 태워 줬다. 이 때문에 양구군 지역 경제가 마비됐다. 군수, 군의원, 상인연합회가 사과했지만 군 당국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군민들이 직접 고교생들을 잡아들이고 상인들이 피해 군인들에게 바가지요금·불친절 근절을 약속한 뒤에야 외출·외박 통제령이 풀렸다. 얼마 전엔 강원도 화천에서 외박 나온 군인이 난방을 요구했다가 장교 출신인 모텔 주인에게 얻어맞은 사건이 터져 부대 전체가 들끓었다.

최근 국방부가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로 군인들의 외출·외박구역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하자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같은 접경지역에서 난리가 났다. 부대 인근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가서 돈을 쓰게 하겠다는 것이어서 강원도가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기사들 댓글에는 군인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횡포를 거론하며 “상인들이 대놓고 군인을 봉으로 안다” “반발할 일이 아니라 반성할 일”이라는 등의 내용이 적지 않다. 늦었지만 상인들이 유념할 대목이 아닐까.

김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