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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키워내고 길러낸 ‘두 아버지’의 뜨거운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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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5 19:13:51 수정 : 2018-02-26 0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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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워주셔서…” “잘 가르쳐주셔서…” 이상호의 생부와 총감독 부둥켜 안아/ 은빛 질주한 경기장 ‘이상호슬로프’로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국 설상 종목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키워내고 길러낸 두 남자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이상호(23·한국체대)가 네빈 갈마리니(32·스위스)에게 0.43초차로 아쉽게 패배한 직후였다. 두 마디 외에 별다른 대화는 없었지만 눈가에 맺힌 눈물이 말을 대신했다.

이상호가 한국 설상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까지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었다. 뜨거운 포옹의 주인공인 이상호의 아버지 이차원씨와 스노보드 알파인 국가대표팀의 이상헌 총감독이다. 이차원씨는 이상호가 어릴 적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스노보드를 탈 수 있게끔 지원해 ‘배추 보이’를 탄생시켰다. 이 총감독은 2014년 소치 대회부터 감독직을 맡아 이상호를 체계적으로 지도했다. 이차원씨가 이상호의 청소년기 스노보드를, 이 총감독이 이상호의 성년기를 담당한 셈이다.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 국가대표팀의 이상헌 총감독(왼쪽)과 이상호의 아버지 이차원씨가 24일 이상호가 은메달을 따낸 뒤 부둥켜안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이차원씨는 꿈만 같던 경기가 끝나고 하루가 지난 25일까지도 아직 아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는 “내일(26일) 직접 픽업해 집으로 데려올 생각이다. 상호가 ‘가족과 오붓하게 지내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설상 종목 선수들은 1년 중 7∼8개월은 눈밭을 찾아 해외 전지훈련을 나간다. 이상호가 서울에 있는 한국체대에 입학한 이후에는 더더욱 만날 시간이 없었다. 흔한 가족사진 하나 제대로 찍어본 적이 없는 이차원씨는 “상호 목에 은메달을 걸고 사진관을 한 번 가야겠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상호가 은빛 질주를 펼친 휘닉스 스노경기장의 슬로프는 ‘이상호 슬로프’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남을 예정이다. 휘닉스 관계자는 “선수 본인과 대한스키협회가 찬성한다면 이름을 바꿔 올림픽 슬로프로 보존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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