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올림픽에서 개회식 총감독을 맡은 송승환 감독은 지난해 10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88올림픽에 등장했던 굴렁쇠 소년을 언급하며 그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흰 모자에 흰 티셔츠와 흰 반바지를 입고 운동장에 등장해 굴렁쇠를 굴리며 운동장을 대각선으로 가로 지른 ‘굴렁쇠 소년’ 퍼포먼스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역대급 명장면 중 하나다.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본 이 장엄한 광경은 사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아이디어였다.

온 세상이 잠시 멈추었던 1분 동안, 세계인의 관심을 작은 몸 가득 품었던 소년의 이름은 윤태웅이다. 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차기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발표된 날 태어난 ‘호돌이 소년’ 중 하나다. 그는 이날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열린 ‘호돌이 선발 대회’ 최우수 어린이로 선정됐다.
이후 이어령의 평창동 집 마당에서 굴렁쇠 특훈을 받은 뒤 앞으로 30년간 그의 이름 뒤에 따라붙을 ‘굴렁쇠 소년’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소년은 어느덧 30대 중반의 청년이 됐다.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무대에 당당하게 섰던 경험이 성장 과정에 특별한 영향을 미쳤을까? TV드라마와 연극 무대를 누비던 그는 영화계와 뮤지컬, CF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맹활약 중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아우디 코리아에서 ‘굴렁쇠’를 주제로 제작한 CF에서 목소리 연기를 펼친 것도 윤태웅 본인이었다. 아우디 코리아는 이 CF로 ‘앰부시 마케팅(공식 후원사로 등록되지 못한 업체가 광고할 권리가 없는 상황에서 간접적으로 행사를 연상시키는 광고를 진행하는 마케팅)’ 논란을 빚었지만 영상물 자체는 광고업계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한편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등장해 한반도와 세계에 평화를 전해주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스토리가 전개됐다. 과거 굴렁쇠 소년의 역할을 물려받은 셈이다. 최종 성화대 달항아리로 이어지는 불기둥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30개의 굴렁쇠로 만들어진 불기둥은 ‘30년 만에 올림픽’ 을 뜻하며 그 당시 세계에 감동을 준 특별한 굴렁쇠를 향한 오마주였다.
이아란 기자 aranciata@segye.com
사진 = 연합, CI ENT, tv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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