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백화점 브랜드만 믿고 협력업체 및 지인들에게 과일 선물세트를 보냈는데, 보고 구입한 진열상품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전말은 이렇다.
김 대표는 설을 10여일 앞두고 A백화점에서 10만원 상당의 과일세트(배·사과 혼합) 50여 개를 구입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백화점 측이 대량 구입한 김 대표에게 서비스로 하나 더 주면서 선물세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김 대표는 “(집으로) 배송된 과일세트 포장을 뜯어 보니 배는 깨지고, 사과는 멍이 들어 먹을 수가 없었다”며 “백화점 측에 항의를 했더니 그럴 리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분개했다.
설을 앞두고 백화점 선물세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선물을 보낸 사람이 어떤 상품을 보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 배송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배송된 배는 깨지고, 사과는 멍이 들어 있다. |
백화점의 유통구조가 문제다. 엄밀히 따지면 소비자들이 백화점에서 선물세트를 구입했지만, 실제 판매 주체는 입점업체다. 백화점은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선물세트 구성 및 배송은 백화점 입점업체가 모두 맡는다. C백화점 관계자는 “솔직히 백화점 매장에 진열된 상품이 그대로 배송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 기업법인이 백화점에서 선물세트를 대량 구매할 경우 제품에 따라 10∼30가량 깎아 준다. 언뜻 보면 할인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전직 백화점 관계자는 “선물세트를 할인해줬다면 상품을 구성할 때 A급과 B급을 섞는다”며 “특히 백화점 입점업체들이 마진을 얼마나 남기느냐에 따라 상품 구성이 달라진다”고 귀띔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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