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선생은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글과 안목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우리 시대 대표적 지성이다. 그 A선생은 복지정책과 공공자전거 같은 편의시설의 증가가 행복지수와 정비례한다고 믿는다. “이렇게 세상이 좋아졌는데 무슨 헬조선이야.” B선생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공적으로는 무릎이 꺾여본 적이 없다. 여전히 화려한 현역인 B선생이 툭 던진 내심은 청년감성으로 사랑받는 선생의 것이라 믿기 어렵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조금만 힘들면 사회구조가 어떻다느니 하며 핑계를 대. 노력이 못 미친다는 걸 인정하지 않지.” A선생이나 B선생은 암울했으나 미래를 가꿀 수 있는 시대를 살았다. 독재와 부조리를 경계하던, 적어도 그렇게 비쳐졌던 두 분의 지성은 어디로 갔는가.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성과 자신이 누리는 지적·물적 토대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이기심은 다르다.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지식인이 ‘정의와 분배에 대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그 가치를 위해 고민하는 자’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우월한 지식으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속물근성의 ‘먹물’이거나, 그들 공동체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이익집단이 돼버린 지 오래다. 롤랑 바르트의 지적대로 ‘사회의 소금이 아니라 사회의 찌꺼기’라는 혐의를 부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살았던 18세기 지식인들은 닫힌 세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열린 세계에 사는 21세기 지식인들의 한계는 닫힌 마음이 아닐는지.
정길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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