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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韓 병들게 하는 '갑질' 문화 개선 가능할까?

입력 : 2018-01-28 05:00:00 수정 : 2018-01-26 12: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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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사회의 갈등요인 가운데 하나로 이른바 '갑(甲)질' 문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돈과 권력, 사회적 지위 아래 보이지 않는 계급이 생겨나고, 그 계급 아래서 공공연하게 갑질이 자행됩니다.

흔히 말하는 사회 특권층이나 대기업에서만 갑질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일생생활에서도 갑과 을이라는 관계 속에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모두가 손님의 입장이 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서비스업 분야 갑질 문화가 매우 심각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우리 모두는 을의 대접을 받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갑으로서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돈과 권력으로 좌지우지되는 사회의 불공정성을 개선하는 한편, 개개인 역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를 갖춰야만 갑질 문화가 조금은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는 갑질 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공정성 회복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95.1%는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가 심각한 편"이라고 답했다.

갑을 관계를 구분 짓는 요소로는 높은 직급과 사회적 지위, 소득을 주로 꼽았다.

절반 이상(54.3%)은 일상생활에 '갑질 횡포'를 당해본 경험이 있었다.

10명 중 9명(89.3%)은 "앞으로 갑질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체 78.1%가 "역지사지의 마음만 있다면 갑질 횡포를 줄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20.1%)은 옅어졌고, 대부분(97.1%) 손님도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갑질 문화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5.1%가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를 심각한 편이라고 바라볼 만큼 갑질 문화 개선이 매우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갑질 문화가 심각하다는데 이견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갑질 문화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놓고는 을의 순응적인 태도(18.6%)보다는 갑의 권위적인 태도(75.1%)가 문제라는 시각이 훨씬 우세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비슷한 시각으로 갑의 자세를 문제 삼는 가운데, 여성(72.9%)보다는 남성(77.2%)이 갑의 책임을 묻는 태도가 더욱 강한 특징을 보였다.

갑을 관계를 구분짓는 결정적인 요소로는 높은 직급(62.7%·중복응답)과 사회적 지위(57.6%)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중장년층이 높은 직급과 사회적 지위를 갑을 관계를 구분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많이 바라봤다. 높은 연봉과 수입(50.3%), 집안 재력(49%), 집안 배경(46.9%)도 우리사회에서 갑을 관계를 만들어내는 요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우리사회의 계층을 구분 짓게 만드는 ‘돈’과 ‘권력’이 갑을 관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 중 개인의 연봉이 갑을 관계를 만든다는 생각의 경우 젊은 층에서 보다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었다.

◆우리사회 대표적인 甲 '손님' '원청업체'…乙 '알바생' '하청업체'

한국사회에서 갑의 위치에 해당하는 인물 또는 대상으로는 서비스 이용자·손님(86.7%·중복응답)과 클라이언트·거래처(82.6%)를 먼저 많이 떠올렸다. 고용주(80.1%)와 대기업(79.8%), 돈이 많은 사람(78.4%), 정치인·국회의원(77.8%), 기업총수·재벌가(74.5%), 직장상사(65.3%)도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갑으로 꼽혔다.

특히 이중에서도 갑질 문화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대상은 정치인·국회의원(55.4%·중복응답)과 대기업(53.3%)이었다. 정치와 사회,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득권층이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공공연하게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는 인식이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 클라이언트 및 원청업체(48.3%), 고용주(47.5%), 서비스 이용자·손님(46.9%), 기업 총수·재벌가(46.2%) 등의 갑질이 심각하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실제 직접 갑질 횡포를 당해본 경험자가 절반 이상(54.3%)일 만큼 한국사회에서 갑질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었다. 직업별로는 직장인(58.9)과 전문직(59.1%), 프리랜서(62.1%)가 갑질을 당한 경험이 많은 편이었다.

가장 많이 경험해 본 갑질 사례는 무시와 하대 등의 무례한 행동(54.7%·중복응답)이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시키고(45.3%), 괜한 일로 꼬투리를 잡으며(39.6%), 막말 및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일삼는(39.6%) 갑의 횡포를 경험한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무언의 압박이나 눈치를 주고(34.8%), 개인 업무 및 심부름을 시키며(34.1%), 야근시간 외의 업무를 요구하는(33.9%) 갑의 횡포도 비일비재했다.

자신에게 갑질을 행사한 인물로는 직장 상사(31.7%·중복응답)와 고용주(26.5%)를 주로 많이 꼽았다. 사회 전체로는 권력과 지위를 가진 정치인과 대기업을 대표적인 갑으로 많이 바라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래도 부하직원이나 피고용인으로서 을의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 다음으로는 서비스 이용자·손님(19.3%), 클라이언트·원청업체(18.6%), 돈 많은 사람(15.3%), 임대인(14.4%)으로부터 갑질을 당해봤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갑질에 대처하는 일반적인 방식은 그냥 참는 것이었다. 갑질을 당한 경우 그 대상에 상관없이 요구하는대로 들어준다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다만 갑과의 관계가 지속성이 낮을 때는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92.5% "대한민국은 권력 쫓는 이들이 많은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사회가 돈과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갑질 문화가 공공연하게 성행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먼저 전체 응답자의 92.5%가 우리사회를 권력을 쫓는 사람이 많은 사회라고 바라봤으며,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는 데도 85.4%가 동의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권력을 쫓는 사람이 많고, 돈이면 다 된다는데 이견이 없었으며, 갑질을 당해본 경험의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사회는 권력을 쫓는 사회이자 돈이면 다 되는 사회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돈과 권력을 중심으로 촉발되기 마련인 갑질 문화는 향후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10명 중 9명(89.3%)이 앞으로 우리사회의 갑질에 대한 이슈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본 것이다.

갑질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도 상당했다. 전체 88.5%가 갑질 문화가 보다 더 다양한 영역으로 퍼질 우려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역시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비슷한 의견이었다.

가령 다른 운전자를 향해 보복운전을 하는 ‘로드레이지’ 사례도 일종의 갑질로 바라보는 시각(76%)이 강했으며, 대기업에 가고 싶은 이유를 을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찾는 사람들(57.3%)도 적지 않았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갑질 문화로 인한 폐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공공연하게 갑을 관계에 노출되어 있고, 그에 따른 갑질 문화가 성행하는 서비스 산업의 문화와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78.9%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진상 손님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젊은 세대가 진상 손님 및 고객이 전반적으로 많다는데 더욱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손님으로서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10명 중 8명이 손님 및 고객으로서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82.1%), 돈을 지불한 만큼의 대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80.2%)고 바라봤다.

◆'손님=왕' 동의 비율 20.1%에 불과해

손님으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대우 등을 제공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서비스 종사자에게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보여도 괜찮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었다. 전체 10명 중 2명(20.1%)만이 '손님=왕'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손님은 왕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가 훨씬 강했다. 아무리 손님이지만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는 것으로, 손님도 직원이나 서빙 담당자 등 서비스 제공자에게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97.1%)이 동의했다.

서비스 직종의 친절도에 대해서도 대체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67.5%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서비스가 친절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여성 및 젊은 세대가 서비스업의 친절도에 더욱 만족하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전체 64.7%가 나에게 점원이 말을 걸거나 다가오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고 응답할 만큼 과도한 친절을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직원의 서비스 질과 친절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팁 문화는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는 소비자(26.7%)보다 동의하지 않는 소비자(57.8%)가 훨씬 많아 팁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엿볼 수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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