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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
이씨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피고인 총 1972명의 1심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이 중 외국인은 2011년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고 석해균 선장에게 총상을 입힌 소말리아 해적 4명 등 29명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지난 1일 국민참여재판 시행 10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한계를 면밀히 분석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참여재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돼 2008년 1월1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도입됐다. 배심원들이 유무죄에 대한 평결을 독립적으로 내리면서도, 평결이 유죄이면 판사와 양형을 토의하는 식으로 배심제와 참심제가 혼합됐다.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둘러싼 논란을 막기 위해 피고인 신청주의를 채택했고, 배심 재판을 국내에서 처음 실시하는 점 등을 고려해 배심원 평결과 양형 의견의 권고적 효력만을 인정했다. 그 이후 법 개정을 통해 2012년 7월1일 모든 형사합의사건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배심원들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논하는 평의는 평균 1시간43분 걸렸다. 최단 시간과 최장 시간은 각각 10분(배심원 7명), 5시간40분(배심원 9명)을 기록했다.
배심원 평결과 판결의 일치율은 93.1%에 달했다. 배심원 유죄 평결이 유죄 판결로, 무죄 평결이 무죄 판결로 이어진 경우는 각각 1663건, 172건이다. 배심원 평결과 판결이 일치하지 않는 137건 가운데 항소심에서 유무죄 판단이 바뀐 사례는 9건뿐이었다.
또 평결과 판결이 불일치하거나 무죄·공소 기각 등이 선고된 경우를 뺀 1676건 가운데 1494건(전체 89.1%)이 배심원 양형 의견(다수 의견)과 선고 형량의 차이가 1년 이내에 불과했다. 선고 형량이 배심원 양형 의견보다 높거나 낮은 경우는 각각 112건(6.7%), 70건(4.2%)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은 (피고인이 부인하는) 부인 사건 비율이 65.5%로 높은데다 무죄율(9.0%)이 1심 형사합의사건(4.1%)에 비해 2배 넘게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항소 파기율이 29.3%인 반면, 기각률이 69.9%를 차지했다. 2008∼2016년 항소심이 선고된 1495건 가운데 438건만 파기되고 1045건이 기각됐다. 나머지 12건은 취하 등인 경우다.
◆도입 당시 우려 불식…최종 형태 ‘미완’
국민참여재판 도입 당시 제기된 온정주의 등 우려는 불식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이상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평결·판결의 높은 일치율은 배심원과 판사들이 서로 합리적 판단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12년 전 쪽지문이 유일한 증거였던 일명 ‘강릉 노인 살인 사건’ 피고인의 변론을 맡았던 김희수(36·사법연수원 42기) 춘천지법 국선 전담 변호사도 “일반인들이 전문 영역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기우였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며 “외국인 피고인에게는 대한민국 사법 제도가 선진국에 가깝다고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한국 시민들이 중국 사람 싫어하잖아요”라며 주저했던 중국인 피고인을 설득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무죄 선고를 이끌어 냈다.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를 따라갔다가 절도형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 사건에 연루된 그는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과 100일간 구금에 대한 형사 보상도 받았다.
다만 국민참여재판이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08∼2016년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 12만4192건 가운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경우는 1972건으로, 단 1.6%에 그쳤다.
이는 국민참여재판 형태가 ‘미완’으로 남아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대법원 산하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최종 형태를 결정하도록 한 국민참여재판법에 따라 대법원은 2013년 최종 형태를 반영한 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보냈다. 이듬해 법무부는 이 안을 일부 수정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판사에게 배심원 평결에 대한 존중 의무를 부과해 배심원 평결에 사실상 기속력을 부여하는 게 골자였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배심원들이 공개된 법정에서 제출되고 설명된 증거만으로 유무죄를 판단하기에 국민참여재판은 공판중심주의가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장점이 있다”며 “피고인 신청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살인 등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기초한 판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게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당장 20대 국회에 국민참여재판법 개정안을 낼 계획은 없다”면서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개선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의 향방에 대한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은 주도권이 판사에게 있는 재판”이라며 “예산이나 인력을 좀 더 투자해 활성화하고 실질적인 배심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참여재판의 존속 여부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년이 짧은 기간은 아닌데 도입 당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배심 재판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게 뭔지,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제도를 유지할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들이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판사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냉정히 평가해봐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특히 국민참여재판 항소 기각률이 항소율보다 더 높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항소율이 높다는 건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검사와 피고인 양측의 신뢰가 높지 않음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이상원 교수는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더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여건, 즉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충분한 심리를 받을 수 있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도 “국민참여재판의 순기능과 역기능, 합리성을 분석하는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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