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한국에서도 신제품 출시나 가격 책정 시 불리한 조건을 적용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애플의 이같은 정책이 국내 소비자들의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진 않은지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만약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엄중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폰 이용자들은 "몰래 성능을 저하한 것은 소비자들을 기만한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로 소비자 보호법을 어긴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배터리만 바꿀 경우 구형 아이폰 성능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신형 아이폰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초대형 회사가 얄팍한 꼼수로 소비자들을 기만해 신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려고 했다면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노후화된 배터리를 가진 아이폰을 사용할 경우 나타나는 기능 저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실행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배터리 게이트'에 대해 이례적인 사과 성명을 발표한 뒤 노후 배터리로 인한 성능저하 현상을 설명하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력 관리(power management)'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이 도움말 문서에는 "노후 배터리는 최대 에너지 부하를 전달하는 능력이 적어 아이폰의 일부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현상을 열거했다.
우선 앱 실행 시간이 길어질 경우 성능 저하를 의심해야 한다고 애플 측은 전했다. 스크롤하는 동안 프레임 속도(frame-rate)가 낮아지거나, 일부 앱에서 프레임 속도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경우 역시 이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능이 떨어지면 스피커 볼륨이 최대 3데시벨까지 감소할 수 있고, 백라이트가 흐릿해질 수도 있다. 백그라운드에서 새로 고친 앱을 시작할 때 다시 로딩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 카메라 플래시가 비활성화될 수 있다고 애플 측은 밝혔다. 그러면서 구형 배터리를 가진 아이폰이라도 기능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목록도 제시했다.
△셀룰러 통화 품질 △네트워킹 처리량 △사진 및 비디오 품질 △GPS 성능 △위치 정확도 △가속도계나 기압계와 같은 센서 △애플 페이 등의 기능은 구형 아이폰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한다는 게 애플 측의 설명이다.
◆애플 특유의 '비밀주의'…국내외 소비자 호구로 보나?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경우 앱 실행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낮은 프레임 속도로 인해 고르지 않은 사용자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폰 6·6S·7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면 충분한 전력을 받을 수 있게 돼 기능 저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노후 여부를 파악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배터리의 상태를 알려주는 앱을 올해 초 배포하고, 배터리 교체 비용도 79달러에서 29달러로 내리겠다는 것이 애플이 제시한 '최종 해결책'이다.

성능저하 기능과 관련해 "배터리가 충분한 전압을 제공하지 못해 부품을 훼손할 경우를 대비해 자동으로 꺼지도록 한 것이 이 기능의 특징"이라고 해명했다.
아이폰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일 뿐 고의로 성능을 떨어뜨려 새 아이폰을 사도록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향후 '배터리 게이트' 소송이 실제 벌어질 경우 애플이 법정에서 펼칠 방어논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 사과에도 사용자 마음 되돌리긴 어려울 듯
상황이 이렇자 애플은 한국에서도 구형 아이폰 배터리 교체를 시작했다. 지난 2일부터 애플 코리아는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 교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교체 대상 기종은 아이폰6·6S·7·SE 시리즈이며 비용은 29달러(한화 약 3만원)다. 이 가격으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기간은 올 연말까지다.
이같은 조치에도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의 집단소송 참여 희망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 해외에선 집단소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 등지의 아이폰 사용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26일까지 미 각지 법원에서 모두 9건의 소송이 접수됐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서는 애플을 상대로 한 9999억9999만9000달러(한화 약 1072조원) 규모의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집단 소송이 준비 중이다. 법무법인 한누리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한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휘명도 참여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이례적인 사과에도 사용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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