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중국의 유엔 제재 결의 이행 의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자국과 관련이 없고, 대만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고, 대만은 “문제의 선박은 마샬군도에 등록된 배”라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홍콩 언론은 사실상 대북 밀거래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문제의 선박은 홍콩 선적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서해 상에서 북한 선박에 석유제품을 밀수출했으며 이 선박은 대만기업이 임차한 선박으로 알려졌다”며 “선원들이 대만 회사의 지시를 받아 이런 일을 했다고 말했지만, 대만 당국은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고 지난 31일 보도했다.
중국 관영 언론이 이같은 주장은 문제의 선박이 대만기업 소유라는 사실을 부각시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비판 공세를 방어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대만은 홍콩 선박을 임차한 기업인 빌리언스벙커그룹이 마샬군도에 등록된 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만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약화시켜 유엔 결의 위반에 따른 제재를 피해보겠다는 의도다. 대만 교통부는 “한국 정부가 이 선박을 대만 빌리언스벙커그룹이 임차했다고 밝혔지만, 이 회사는 마셜군도에 등록돼있다”며 “현재 대외 부문과 국가안보 기관 등이 대만기업의 관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영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밀수는 근절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이는 모든 각국 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라며 “미국 정부조차 멕시코에서 불법 마약이 국경을넘어오는 것을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지린대 쑨싱제(孫興傑)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대북 유류 밀수와 관련해 언급했던 “중국이 북한에 석유가 흘러들어 가도록 계속 허용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실망했으며, 이러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면 북한 문제에 대한 우호적 해결책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발언과 관련, “이런 발언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중국 당국이 공해 상에서의 선박 활동을 일일이 모니터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자체 입수한 문건을 공개하며 중국과 러시아 기업이 가담해 북한에 석유류 제품을 몰래 팔아왔다고 1일 보도했다. 신문은 중러 기업이 관여한 대북 석유류 밀수출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석유류 제품 수출 상한선을 처음 정한 지난해 9월보다 3달 앞선 6월부터 시작됐고, 북한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석유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기 시작하자 밀수 계획에 나섰다고 전했다.
베이징대 진징이(金景一) 교수는 유엔 제재의 효과와 관련해 “북한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유통되는 경공업 제품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산에서 북한산 제품으로 상당 부분 대체가 됐다”며 “석유제품 제한 등으로 에너지 부문에서는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단기간 내에 제재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북·중 무역이 감소하는 데 대해서도 밀무역 등 다른 루트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제재 효과를 상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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