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을 제대로 즐기려면 초반에는 평창에 근거지를 두는 편이 좋다.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메달레이스가 ‘평창 마운틴 클러스터’에서 열리는 설상 종목 위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쉽게 볼 수 없었던 월드스타들을 눈으로 직접 볼 기회다. 11일에는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를 가볼 만하다. 스키와 사격을 함께 하는 이 종목의 살아있는 전설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4·노르웨이)과 그의 라이벌 마르탱 푸르카드(30·프랑스)의 치열한 대결을 직접 볼 수 있다. 스키를 타며 거친 숨소리를 내다가도 사격을 위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찾는 놀라운 능력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12일에는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리는 스키점프 노멀힐 여자 결승에 눈길이 간다. 월드컵 53회 우승에 빛나는 다카나시 사라(22·일본)가 올림픽 무관의 한을 풀어낼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같은 날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키 여자 대회전의 미카엘라 시프린(23·미국)의 금빛 질주를 바라볼 수도 있다. 13일부터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승은 선수들의 공중곡예에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볼거리로 손색이 없는 경기다. 무엇보다 교포선수 클로이 김(18·미국)의 화려한 묘기가 눈에 선하다.

드디어 16일부터 본격적인 한국 선수들의 메달 사냥이 시작된다. 이날 평창 슬라이딩센터에 가면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24)이 한국 썰매 종목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내는 새 역사의 순간을 볼 수 있다. 17일부터는 강릉이 한국 선수들의 주 무대이기에 거처를 잠시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빙상 종목들이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에서는 최민정과 심석희(21)가 금메달을 놓고 집안싸움을 벌인다. 같은 날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는 빅토르 안(33·한국명 안현수)이 러시아 대표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출전해 다시 한번 금메달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밤에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나서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이상화(29)를 열심히 응원해야 한다.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2·일본)와의 피말리는 대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9일에는 다시 평창에서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원윤종(33)과 서영우(27)가 윤성빈에 이어 한국 썰매에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선사하기 위해 나선다. 20일에는 강릉으로 돌아와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대표팀의 금메달 사냥을 지켜보면 된다. 그리고 21일에는 한국 빙상의 간판 이승훈(30)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결선에서 대회 첫 메달을 노린다. 다음날에는 최민정과 심석희 등이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을 치른다. 최민정과 심석희 둘 중 누군가는 다관왕의 영광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24일 밤에는 이승훈과 김보름(25)이 각각 남녀 매스스타트에 출전해 한국에 추가 메달을 선사할 예정이다.
물론 중간중간 해외 스타들의 경기를 빼먹을 수는 없다. 17일에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피겨 남자 싱글 하뉴 유즈루(24·일본)의 올림픽 2연패 도전을 지켜볼 기회다. 물론 한국 이준형(22)의 연기에도 박수가 쏟아질 것이다. 21일에는 부상과 구설을 딛고 평창에 온 ‘스키여제’ 린지 본(34·미국)이 불굴의 의지로 활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23일 피겨 종목의 꽃인 여자 싱글 종목의 금메달 주인이 가려진다. 러시아 국기를 달지 못하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9)가 금메달로 아쉬움을 달랠 것인지 이목이 쏠린다. 한국 최다빈(18)이 얼마나 메달권에 근접한 연기를 보여줄 것인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그리고 25일 페회식에 앞서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리는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은 북미하키리그(NHL) 선수들이 불참했다고 하더라도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경기로 꼽힌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올림픽에서 얼마나 선전할 것인지 대회 중간중간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송용준·이동수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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