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불법 광고물' / 물리적 충격을 받은 가로수가 수두룩 / 불법 여부를 확인한 뒤 광고물만 제거…찌꺼기는 그대로 남아 / 촘촘히 박힌 스테이플러(찍개) 철심이 녹이 슨 채 방치 / 부착 과정에서 철사나 못도 사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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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종로구에서 헬스장 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스테이플러를 사용해 가로수에 광고물을 부착하고 있다. |
“불법 광고물을 볼 때마다 짜증납니다. 상식 밖의 행동이죠. 은근히 짜증나죠. 광고물을 뗀 자리에는 스테이플러 심이 그대로 남아 있잖아요. 저 보세요. 못 자국이 그대로 있잖아요. 광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거리를 수놓은 가로수는 도심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잊고 있었던 자연을 깊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런 가로수가 불법 광고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삭막한 도시에서 '힐링'을 선사하던 가로수가 불법 광고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가로수마다 붙은 불법 광고물은 도시 미관을 더욱 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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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종로구의 한 가로수에 헬스장의 불법 광고물이 붙어있다. |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를 둘러봤다. 가로수마다 불법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이들 광고물은 저마다 빨강을 중심으로 한 원색과 자극적인 문구로 시선을 빼앗았다.
불법 광고물이 없는 자리에는 녹이 슨 스테이플러 철심이 가로수 깊숙이 박혀 있다. 과거에는 불법 광고물이 붙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이처럼 불법 광고물만은 제거돼도 그 폐해는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렇게 스테이플러 철심이 녹이 슨 채 촘촘히 박혀 있는 가로수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녹이 슨 스테이플러 철심은 깊게 박혀 있고, 겉보기에는 잘 보이지도 않아 제거하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전언이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광고를 영업에 활용해야 하는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무리하게 가로수를 훼손하는 광고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홍보는 자칫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혀를 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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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가로수에는 불법 광고물이 제거된 흔적으로 녹이 슨 스테이플러 심만이 촘촘히 박혀 있다. |
마침 점심을 마치고 귀사 중인 한 직장인은 “불법 광고물은 제거해도 그때뿐인 것 같다"며 "광고하더라도 양심껏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덕지덕지 붙은 스테이플러 심 자국이 징그럽기까지 하다"며 "지날갈 때마다 시선이 가고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단속의 손길이 자주 미치지 않는 이면도로의 가로수는 더욱 심각했다. 불법 현수막들은 대부분 가로수 사이에 걸려 있었다. 제거됐더라도 꽁꽁 묵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자동차 불법 광고는 제거가 쉽지 않게 가로수 높은 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 광고물은 설치 과정에서 철사나 못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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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종로구의 한 가로수에 헬스장의 불법 광고물이 붙어있다. 이 광고물에는 스테이플러 철심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미처 제거되지 않은 노끈과 철사 등은 끊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가로등과 전봇대 등에는 청테이프 등 각종 광고물을 부착하는데 쓰였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심각성을 더했다.
아울러 불법 광고물은 시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야광색이나 원색을 써 눈에 피로를 주며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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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종로구 한 가로수에 불법 광고물의 흔적인 스테이플러 심이 촘촘히 박혀 있다. |
종로구청의 한 관계자는 “불법 부착물을 붙인 업체를 다시 고발하겠다”며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도시 환경을 더욱 깨끗이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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